[풍경이 있는 에세이] 코로나19가 당겨온 미래의 학교

2020-04-29 16:49:35

김대운 / 충훈고등학교 교사
김대운 / 충훈고등학교 교사
학생 시절 들었던 미래 학교의 서사는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학교였다.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으로 접속하여 학습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학교. 학생은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원하는 수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런 꿈같은 미래가 지금 내 앞에 있다. 다른 게 있다면 수업을 듣는 건 내가 아니고 내 학생들이라는 거다.

전국의 모든 교사가 총동원되어 온라인 개학을 준비했다. 온라인 개학 3주차 현재 전국 400만 명의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교육계 구성원들을 안타깝게 하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이 개학이 아니라 부모 개학’이라는 하소연은 자녀를 둔 교사들도 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접속 장애로 집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답답함도 송구하다. 전국의 교무실은 콜센터가 되어 교사의 온라인 출석 독려 전화, 학생·학부모의 민원 전화로 분주하다.

현장에서 경험한 온라인 수업 유형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교사와 학생이 동시 접속하여 서로 얼굴을 보고 말하는 소위 실시간 쌍방향 수업, 둘째, 교사가 직접 얼굴을 공개하고 나와 수업을 녹화해 올리면 학생들이 시청하는 수업, 셋째, 프레젠테이션 자료 화면에 교사가 목소리로 설명을 덧붙여 녹화해 올리면 학생들이 시청하는 수업, 넷째, EBS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하는 수업이다.

첫째부터 넷째까지 줄을 세우면, 교육부와 학부모가 선호하는 유형은 각각 양 끝에 위치하는 것 같다. 교육부와 언론은 첫째 유형의 수업이 더 선진적이고 최첨단 수업인 것처럼 홍보하는데, 수도권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수업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올린 교사들에게 ‘왜 EBS 강의를 듣게 하지 않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 민원이 들어왔다고 한다. 유명 사설 학원 1타 강사의 인터넷 강의도 출석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어떤 유형의 온라인 수업을 할 것인지는 학교와 교사들이 선택했다. 개별 단위 학교에서 학생이나 학부모의 의견을 직접 청취해서 온라인 수업 유형 선택에 반영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도 각 교과협의회와 교사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다.

상당수 교사가 EBS 강의형 수업을 선택했고, 그보다 조금 적은 수의 교사가 자료 화면에 목소리를 입힌 수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아주 적은 수의 교사가 화면에 직접 나와 강의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실시간 수업은 엄두도 못 냈다. 전국 단위의 수업 유형별 비율을 통계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한다.

필자는 등교 개학 이후를 염두에 두고 수업 유형을 고민했다. EBS 강의형 수업은 내 수업을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느낌이 들어 싫었다. 등교 개학 후에도 교실에서 EBS 강의를 듣자고 하면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자신도 없었다. 온라인 수업 수강을 관리해주는 학원도 생겼다는데 나도 그렇게 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10분짜리 첫 수업 영상을 만드는데 일곱 시간이 걸렸다. 준비 기간까지 포함하면 일주일 내내 그 10분에 매달린 것 같다. 빈 교실에 혼자 서서 노트북의 웹캠을 보고 말하려니 어색했다. 복도에 누가 지나가는 것 같으면 녹화를 멈추고 괜히 딴청을 피웠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수업 중에 엎드려 자거나 떠드는 학생이 미웠다. 지금은 아니다. 잠을 자든 떠들든 학생이 교실에 있었으면 좋겠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수업하는 게 이렇게 소중한 일인지 그땐 몰랐다.

온라인 개학 1주가 지나고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의 수업을 원하는지 온라인으로 의견을 구했다. 영상으로라도 선생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다는 학생이 많았다.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다. EBS 강의로 수업을 대체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마음이 움츠러들었다.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나니 고민이 더 많아졌다. 어떤 수업 유형이 가장 좋은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어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미래의 학교에서도 여전히 학생과 교사는 같은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수업하길 원한다는 사실이다. <김대운 / 충훈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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