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 선주와 수에즈막스급 유조선 2척 추가 수주
작년부터 5차례 걸쳐 누적 8척, 향후 늘어날 수 있다지만
건조비 상승 추세 옵션 체결 없는 순차적 수주는 조선사에 불리
도크 공간 남는 현실 오해 소지 회사 설명이 오히려 독이 돼

대한조선은 지난달 29일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수에즈맥스(Suezmax, 15만7000DWT(재화중량톤수))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1일 공시했다.
계약은 척당 약 1414억 원(총 2828억 원) 규모로, 올해 대한조선이 수주한 선박 중 최고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에 계약한 선박은 오는 2028년 11월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은 대한조선의 주력 건조 선종이다. 대한조선은 해당 선사로가 2025년 첫 건조 계약을 체결한 신규 고객사다, 지난해 9월(1척)과 11월(1척)을 시작으로 올해 2월(2척), 3월(2척)에 이어 5월에도 2척을 추가 발주해 누적 수주 실적은 8척이다.
또 이번 수주를 포함해 대한조선은 올해 누적 15척의 수주 실적을 기록했으며, 2029년 말까지의 건조 물량을 조기에 확보한 상태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추가 계약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했다.
그런데, 업계에선 대한조선의 수주 실적이 일반적인 관행과는 약간 벗어나 있는 특이한 사례라고 보고 있다. 대한조선은 해당 선주와의 연속 체결 계약 소식을 공시와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는데, 옵션 계약 여부 등 수주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나의 선주가 다수의 선박을 한 조선사에 발주할 때 옵션 계약(Option Contract) 없이 시차를 두고 1~3척을 나눠서 발주하고, 더군다나 위에서 언급한 대로 선박 건조비 상승 추세이고, 매번 계약할 때마다 선가가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시기에 계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하는 패턴은 겉으로 보기엔 선사가 손해를 입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조선소가 더 큰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한조선이 단일 선주와 체결한 연속 계약 방식은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 시기나 특정 프로젝트에서 종종 나타나는 이례적인 형태다. 일반적인 선박 계약 풍토와 상업적 관점에서는 선주에게 매우 유리하고, 조선사에게는 뚜렷한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방식이다.
선주의 관점에선 초기 옵션 계약을 맺지 않아 확정적인 미래 물량을 확보하지 않았음에도, 단일 선주가 이전 선박과 동일한 선박의 건조를 연달아 순차적으로 확정할 수 있어 매우 안정적인 추가 톤수(Tonnage)를 확보할 수 있다. 건조비가 지속해서 오르는 부담보다 조선소에 건조를 맡겨서 얻게 되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조선사의 관점에선 같은 선박을 동일한 선주로부터 연속 건조(Serial/Repeated Production)하면 설계 비용을 절감하고, 공정 노하우를 축적하며, 자재 대량 구매 등으로 인해 단위당 건조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상승하는 선가와 이러한 연속 건조에 따른 ‘생산성 향상의 폭이 잘 맞아떨어진다면 조선사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조비가 상승하는 추세에서 매번 오르는 선가를 적용한다 해도, 후속 계약 시점의 실제 원자재비(후판 등) 인상분과 인건비 상승분을 계약 선가가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반영했다 하더라도 향후 추가 인상분을 반영할 여지가 크지 않아 수익성 악화 리스크를 안게 된다. 다시 말해 옵션이라는 가격 안전장치 없이 순수하게 시장가(또는 그 이상)로 매번 재계약하는 방식은 인플레이션 및 원가 상승 리스크를 조선사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2026년 1분기 2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했던 대한조선은 언제라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사가 연속 건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하여 실제 마진을 방어할 수 있는 철저한 원가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바람직하지 않은 계약 구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향후 수년간 해운·조선업 호황이 예견되므로 이러한 계약 구조는 유지되겠지만 만약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조선사들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재앙적 불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대한조선이 1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선주사들 사이에서는 “대한조선 도크(Dock·건조공간)를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라고 했는데, 이러한 언급은 오히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원유 운반선 부족과 친환경 노후선 교체 수요 확대로 글로벌 조선사들은 이미 도크 스케줄이 수 년 씩 밀려 있는 상황인데, 더 이상 일감을 맡길 수 없었던 선사들로부터 도크가 비어 있던 대한조선이 뒤늦게 관심받고 있다는 오해를 할 수 있는 대목이므로, 선사와 투자자들에겐 좋지 못한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빅데이터뉴스는 수주 계약의 옵션 체결 여부와 건조 실행 과정의 위험성 등에 관해 대한조선 측에 답변을 얻기 위해 연결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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