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딥체인지②] GS칼텍스, 정유·윤활유로 버텼다...수소·CCS로 체질개선 가속

김유승 기자

2026-04-03 17:13:41

석유화학 부진에도 정유·윤활유 덕택에 견조한 실적 거둬
그룹 차원에서 정유 의존도 높아...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수
수소·바이오 연료·탄소 포집 등 친환경 신사업 발굴 집중
"친환경 사업 수익화 2030년 이후 예상... 선제 대응 차원"

GS칼텍스의 여수 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의 여수 공장 전경. 사진=GS칼텍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GS칼텍스가 석유화학 부문의 깊은 부진과 글로벌 업황 악화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정유와 윤활유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다만 그룹 전반의 높은 정유 의존도는 여전히 최우선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수소, 탄소포집저장(CCS), 바이오 연료 등 미래 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성공 여부가 향후 GS칼텍스를 비롯한 GS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지난해 극심한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방어를 견인한 핵심 축은 단연 윤활유 부문이다. 전통적인 정유 사업이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것과 달리, 윤활유 사업은 독자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며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고부가가치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열관리 수요가 급증하자 ‘액침냉각’과 ‘직접액체냉각(DLC)’ 시장을 동시에 정조준하며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출시한 직접액체냉각유체 ‘Kixx DLC Fluid PG25’를 통해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냉각유 수요를 선제적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의 체질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협력해 인도네시아에 연간 약 50만 톤의 정제 능력을 갖춘 바이오 원료 정제시설을 건설하며 글로벌 공급망 기반을 다졌다. 아울러 2023년에는 국내 정유사 가운데 최초로 바이오항공유(SAF)를 대한항공에 공급해 시범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핀란드 네스테(Neste)로부터 도입한 원료를 활용해 생산한 SAF를 일본 나리타 공항에 수출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탄소포집저장(CCS)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2022년 주요 기업들과의 CCS 사업 업무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여수산업단지 내 기업들과 CCUS 클러스터를 구축해 탄소 규제 대응에 나섰다. 2024년부터는 여수산단 내 주요 기업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자체와 함께 ‘여수 CCUS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민관 협력을 적극 추진 중이다.
탈탄소 시대를 대비한 생산 공정 혁신과 순환경제 구축 역시 핵심 과제다. 플라스틱 자원 순환을 위해 폐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CR)과 물리적 재활용(MR)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남해화학과 무탄소 스팀 도입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2027년부터는 남해화학의 유휴 황산공장을 활용해 생산한 무탄소 스팀을 GS칼텍스 여수공장에 도입해 기존 LNG 기반 스팀을 대체할 계획이다.

이 같은 GS칼텍스의 다변화 전략은 기존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약 2조7000억원이 투입된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비롯한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매출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정유 사업 역시 미국-이란 전쟁을 비롯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등 외부 거시 변수에 수익성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지주사인 GS가 주식 시장에서 만성적인 저평가를 받는 배경에도 이러한 사업 구조 혁신 지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정유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저탄소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그룹 차원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오너가 4세인 허세홍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신사업이 온전한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재생에너지 도입은 막대한 자본 지출(CAPEX)이 수반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현재로서는 실적 창출보다 미래 대응을 위한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바이오 연료 역시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과 높은 생산 단가로 인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 없이는 독자적인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태다. 특히 수소 생태계와 CCS 인프라는 글로벌 기술 표준화와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수익화 시점을 2030년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사업 등은 아직 전 세계적으로 뚜렷한 수익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지만,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바이오 연료 등 실행 가능한 사업에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2030~203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매출 가시화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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