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삼성중공업 지분 5.01% 확보...주요 주주 등극
자본시장법상 '5% 룰'에 따라 단순투자 목적 공식 보고…국내 증시 장악력 확대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점을 둔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BlackRock Fund Advisors)'는 전날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47조에 따른 의무 공시다.
보고서에 따르면 블랙록은 특별관계자로 묶인 12개 계열사와 함께 삼성중공업 주식 4405만6088주를 확보해 지분율 5.01%를 달성했다. 지난달 24일 4352만3604주(4.95%)를 보유하고 있던 블랙록은 장내에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지난달 25일자로 5% 기준선을 돌파하며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이번 지분 공시에 공동 연명으로 참여한 특별관계자는 '블랙록 인스티튜셔널 트러스트 컴퍼니', '블랙록 어드바이저스 UK', '블랙록 재팬' 등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네덜란드 등에 흩어져 있는 블랙록의 12개 글로벌 자산운용 계열사들이다. 블랙록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대표자는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래리 핑크(Laurence Fink) 회장이 맡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특정 투자자가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될 경우 적용되는 이른바 '5% 룰'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누군가 기업의 지분을 은밀하게 매집해 기습적으로 경영권을 위협하는 것을 막고, 일반 소액 주주들에게 거대 자본의 이동 흐름을 알려주기 위해 도입됐다. 지분이 5%를 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 변동이 생길 때마다 5영업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지분 5%는 주식 시장에서 단순한 숫자를 넘어 '공식적인 큰손'으로 인정받는 상징적인 기준점인 셈이다.
다만 블랙록은 이번 지분 확보 목적을 '단순투자'로 명확히 했다. 블랙록 측은 대리인인 김·장 법률사무소를 통해 제출한 확인서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상법 제369조, 제418조 제1항, 제462조에 따른 권리 등 보유하는 주식등의 수와 관계없이 법률에 따라 보장되는 권리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배당금 수령이나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 등 투자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만 누리며 시세 차익을 노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경우 '경영참가' 목적과 비교하면 공시 의무가 상대적으로 완화된다.
블랙록의 국내 주식시장 영향력이 이번 삼성중공업 지분 확대로 한층 더 커지게 됐다. 블랙록은 운용 자산 규모만 14조 달러(약 2경500조원)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자산운용사다.
블랙록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이미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굵직한 우량주들의 주요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블랙록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삼성전자(5.07%), 삼성SDI(5.01%), 삼성E&A(5.00%) 등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를 비롯해 네이버(6.05%), POSCO홀딩스(5.20%), 코웨이(5.07%) 등이다.
여기에 KB금융(6.02%), 신한지주(5.99%), 하나금융지주(6.43%), 우리금융지주(6.07%)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분 역시 일제히 5% 이상을 움켜쥐며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의 주역인 SK하이닉스 지분도 5% 이상 확보하며 4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HLB 지분을 5% 이상 매입하기도 했다. 기존 10여개 핵심 기업에 쏟아부은 주식 평가액만 38조원을 웃도는 상황이다. 이번에 K-조선의 대표 주자인 삼성중공업까지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며 '바잉 코리아'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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