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4.7% 급등…WTI도 74달러 돌파

4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자국 언론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인근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항 금지 조치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를 비롯한 일부 글로벌 해운사와 주요 오일 메이저들이 해협 운항을 중단했고, LNG 운반선 최소 9척도 항로를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전략 요충지로,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 LNG 물동량의 약 3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전체 폭은 약 55㎞지만 실제 대형 유조선이 항해할 수 있는 항로는 10㎞ 이내로, 이 구간 대부분이 이란 영해에 속한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정유·석유화학·항공·해운 등 국내 주요 산업의 공급망 전반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0달러로 전장 대비 3.66달러(4.71%)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74.56달러로 3.33달러(4.67%) 올랐다. 중동 지역 에너지 수송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란의 대응 수위가 과거보다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탠다드차타드 은행 분석팀은 “이란의 보복이 이전처럼 상징적 조치에 그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여러 지역에서 실질적인 에너지 공급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 추가 급등 가능성도 제기된다.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우 회장은 “이란의 주변국 공격이 확대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은 해상 수송로 방어 의지를 분명히 했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걸프만을 통과하는 모든 해상 무역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며 “필요하다면 미 해군이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에 대한 호송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 이후 한때 9% 이상 급등했던 유가는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다.
호르무즈 봉쇄 여파는 실물 시장에서도 즉각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연안의 얀부 항구에서는 유조선 운임이 한 척당 28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평시 대비 두 배 이상으로, 하루 만에 급등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얀부 항구는 사우디 원유의 주요 대체 수송 출구로 부상했으며,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병목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국제 정세에 국내 산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 가운데 약 65%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LNG 도입 물량의 약 19.7% 역시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민간이 약 7개월분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 충격은 흡수 가능하다는 평가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력 도매가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경우 이미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업계는 추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해상 운임 급등까지 겹치면 자동차·가전·타이어 등 국내 수출 주력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한국 수출은 0.39%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가격 변동이 곧바로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회 항로 확보와 에너지 수급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축유 활용과 공급망 점검을 진행 중이며,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유가 급등과 LNG 도입 차질 가능성에 대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봉쇄 지속 기간과 군사적 확전 여부인데 호르무즈가 장기간 막히면 유가와 물가, 수출 모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복합적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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