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전기 굴착기’ 나온 지 16년 됐지만 저변은 아직…

채명석 기자

2026-02-27 16:41:10

HD건설기계 전신 전 현대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였던 2010년 출시
30t급 중형 굴착기 ‘R300LC-E’ 전원선 있는 유선 전기 굴착기
이차전지 기술 발달했지만, 가동시간 한계로 판매는 매우 적어

현대중공업(현 HD건설기계)이 2010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해 판매한 전기 굴삭기 ‘R300LC-E.’ 사진= HD건설기계
현대중공업(현 HD건설기계)이 2010년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해 판매한 전기 굴삭기 ‘R300LC-E.’ 사진= HD건설기계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건설기계 가운데 전기로 구동하는 굴착기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10년이었다.

당시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건설기계사업부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전 HD건설기계가 출시한 ‘R300LC-E’가 주인공이다. 현대중공업은 R300LC-E 양산 체제를 갖추고 판매까지 했다. 건설기계의 친환경 시대를 열었다고 자평한 이 제품은 경유 대신 전기로 구동하는 방식으로, 디젤 굴삭기에 비해 유지비를 70%나 절감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30t급 굴착기는 연간 기름값만 1억 원 가까이 들지만, R300 LC-E는 전기요금 3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홍보했다. 출시 가격은 1억8000만 원 선으로 디젤엔진을 장착한 기존 동급 모델(1억3000만~1억4000만 원)에 비해 30% 정도 비싸지만 1년만 운용해도 충분히 추가 지출 금액을 감당할 수 있으며, 3년만 운용하면 굴착기 1대 구입비용 이상을 뽑아낼 수 있어 경제성 면에서도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전기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디젤엔진과 달리 질소산화물(NOx)이나 일산화탄소(CO) 등 유해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소음과 진동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218마력 출력과 28.6t의 견인력 등으로 기존 디젤 굴착기 이상의 파워도 갖췄으며, 산업용 전기(380∼440V)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구동이 가능하다.

R300LC-E의 외형은 2009년 현대중공업이 출시한 디젤엔진 장착 동급 굴착기인 ‘R300LC’를 기반으로, 전장과 전폭 등 전체 크기가 모두 동일했다. R300LC가 제공하는 ‘신개념 전자제어시스템(New Capo System)’과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등 자동차 수준의 운전자 편의사항도 모두 제공했다. 30t급 R300LC를 전동화한 이유는 중형(18~30t) 굴삭기 중 가장 큰 기종이자 고객의 수요가 가장 많은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치열한 영업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 부문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전기 굴착기의 핵심 부품인 전용 모터를 비롯해 단선 방지 장치, 과전류 보호장치 등 안전장치를 자체 기술로 개발, 적용했으며, 당시 국내 유일하게 정부로부터 안전 승인을 통과했다.
다만, R300LC-E는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전동화한 모빌리티와 차이가 있다. 이차전지를 탑재해 충전한 전력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원공급장치에서 전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별도의 파워팩(전원공급시스템)에서 발생한 전기의 케이블로 공급받는 데 이번에 현대중공업은 국내 특허를 획득한 릴 방식(reel, 케이블을 자동으로 풀고 감는 방식) 채택해 작업 반경을 최대 50m까지 확보했다. 큰 덩치에 무거운 짐을 실어야 하는 굴착기 특성상 대용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므로 기존 이차전지로는 파워와 운용 시간이 한계가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유선이기 때문에 이동 반경이 제한된다는 것은 단점이라 고철 적치장이나 석산(石山), 골재장 등 한정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공간용으로만 적합했다. 그럼에도 RC300LC-E가 출시된 뒤에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RC300LC-E에 이어 2017년엔 한 단계 더 큰 38t급 전기 굴착기 ‘HX380E’를 내놓으며 라인업을 늘렸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현재 두 제품은 단종했으며, 후속 모델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었기 때문에 수요가 아주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자동차에 이어 건설기계도 이차전지를 적용한 전동화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5t 내외의 미니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소형, 중형 굴착기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와 합병한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말 디벨론의 최신 ‘7시리즈’ 제품군에 속하는 미니 굴착기, 바퀴식 굴착기, 크롤러 굴착기 모델을 전동화해 유럽 시장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R300LC-E로 시작한 건설기계의 전동화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동시에 내연기관보다 진동과 소음이 현저히 적다는 게 매력적이다. 그라나 가동 시간이 짧고, 최초 구매 가격이 디젤 굴착기보다 비싸서 고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정부가 친환경 건설기계 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신청 건수도 저조하다고 한다.

따라서 전기 굴착기 성공의 관건은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디젤 굴착기 수준만큼 늘려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HD건설기계는 대형 트럭에 적용해 성공한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굴착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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