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토스 1.6 가솔린 터보 800㎞ 타보니
준중형 SUV 안 부러운 편의성·공간
국내 소비자에 맞춘 승차감·주행 감각
2000만원대 구성에도 편의사양 충분

셀토스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던 2019년 혜성처럼 등장했다. 기아는 '하이엔드(최상위) 소형 SUV'를 표방하며 셀토스를 선보였다. 셀토스는 이 같은 수식어에 걸맞게 당시 경쟁 모델인 현대자동차 코나,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티볼리 같은 차량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고급 내장, 편의 사양으로 무장했다.
최근 시승한 2025년형 셀토스는 완전 변경 전 마지막 스퍼트를 내겠다는 기아의 의지가 반영된 차였다. 기아는 2022년 부분 변경을 통해 초기형에서 불만 요소로 지목된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를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자동 변속기로 바꾸고 내·외장을 손질했다. 2025년형은 상위 트림(모델 등급)에만 적용되던 각종 사양이 확대되고 전반적인 상품성이 개선됐다.

시승 차량은 셀토스 1.6ℓ 가솔린 터보 'X-라인' 모델. 2025년형 셀토스가 예비 차주들에게 어떤 답을 해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약 800㎞를 달려 봤다. 시승은 서울-대구·창원 간 장거리 주행과 서울 시내 출퇴근 위주로 이뤄졌다.
실내로 들어가면 소형 SUV가 맞나 싶은 요소가 곳곳에 눈에 띈다. 크래시 패드와 도어 트림(문짝 내장)을 인조 가죽으로 감싼 것은 물론 플라스틱이나 우레탄으로 마감된 부분도 저렴해 보이지 않게 처리했다. 또한 검정 하이 글로시(유광) 재질이 폭넓게 쓰였다. 비싸지 않은 재료로 심리적 만족감을 높인 모습이다.
공간 역시 동급 차량 가운데 가장 준수하다. 뒷좌석은 상당히 여유로울 뿐 아니라 등받이를 뒤로 젖힐 수도 있다. 요즘은 소형 SUV에도 뒷좌석 리클라이닝(각도 조절) 기능을 넣는 추세지만 셀토스가 처음 출시됐을 때만 해도 스포티지·투싼 같은 준중형 SUV까지는 올라가야 했다. 셀토스는 골프팩, 휴대용 유모차, 여행용 가방을 한 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적재 공간도 넉넉하다. 패밀리카로 충분히 탈 만하다는 얘기다.

이렇게만 해도 1열 열선·통풍 시트, 운전석 전동 시트, 빗물 감지 와이퍼, 스마트폰 무선 충전, 2열 좌석 송풍구와 USB C타입 충전 단자 같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품목이 대부분 들어간다. 내·외장 일부 고급화도 이뤄진다. 내·외관, 공간, 안전·편의 사양까지 한국인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다.
◆주행 질감은 한국인 '취향 저격'
주행 감각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중저속에서는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120㎞/h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부담이 없었다.
1500~1600rpm(분당 엔진 회전수) 정도 저회전 영역에서 부족함 없이 밀고 나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이때 아주 저음으로 '부웅~' 하고 울리는 소리가 도드라졌다. 변속기가 높은 단수에 물려 있고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 엔진이 무리해서 힘을 내기 때문인데, 가속 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아 변속기를 한 단 낮추면(킥 다운) 된다.

우리나라에선 도로 정체가 빈번한 가운데 많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반쯤 놓았다 밟았다 반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 탓에 빠른 변속, 직결감, 높은 연비 같은 DCT의 장점이 묻힌 게 사실이다. 셀토스에 들어간 8단 자동 변속기는 나름대로 변속 반응을 민첩하게 만들고 직결감을 살리려고 조율한 흔적이 역력했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 바퀴가 처음 요철과 닿을 땐 톡 치는 느낌이 전해졌지만 뒤처리가 상당히 깔끔했다. 고속도로 나들목처럼 굽은 도로에서 빠르게 돌려 보면 차체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롤링은 다소 있는 편이다. 좀 더 안정감 있는 거동을 원하거나 2열 좌석에 사람을 태울 일이 많다면 4륜 구동 선택을 고려해 볼 만하다.
정숙성은 동급 차량 대비 평균 이상이었다. 고속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 바닥, 엔진 소음을 잘 잡아냈다. 전면부에 차음 유리가 적용된 덕분에 앞쪽에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특히 작았다. 그 반대 급부로 엔진·변속기 등 구동 계통에서 발생하는 소리가 비교적 부각됐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구 이남 경남 지역을 지날 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도로 곳곳이 물 웅덩이로 변했고 심지어 급류가 흐르는 구간도 있었다. 연비에는 최악의 조건에서 수 시간을 달려야 했다. 이를 생각하면 12㎞/ℓ대 연비가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연비는 차치하고 안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셀토스는 꽤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지금 사, 말아?
셀토스를 시승하는 동안 마침 "이 차를 지금 사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때 가장 안전한 대답은 '몇 달 더 기다려 보라'는 것일 테지만 당장 새 차를 뽑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되돌리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그리고 2025년형 셀토스의 상품성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환골탈태한 신형이 주는 만족감과 지출 여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용함으로써 아끼는 유류비가 차량 가격 차이를 상쇄할 때까지 몇 년이 걸리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셀토스를 구매한다면 추천하는 조합은 3가지다. 첫 번째는 앞선 '프레스티지+내비게이션+드라이브 와이즈' 구성이다. 내·외관 고급화와 전동식 테일게이트(트렁크 문)가 꼭 필요하다면 최고 등급인 시그니처(2857만원)에 드라이브 와이즈만 넣어 3000만원 아래(2959만원)로 끊는 방법도 있다.
극강의 가성비를 챙기는 구성도 가능하다. 트렌디(2266만원) 등급에서 버튼 시동 스마트키, 인조 가죽 시트, 순정 하이패스, 슬라이딩 방식 콘솔 박스(1열 중앙 수납함) 팔걸이 등이 포함된 '컨비니언스'를 선택하면 2345만원에 셀토스를 탈 수 있다. 1열 통풍 시트가 굳이 필요 없다면 이 조합도 나쁘지 않다.
◆기아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 제원
△전장=4490㎜ / 전폭=1800㎜ / 전고=1600㎜ 또는 1605㎜ / 축거=2630㎜
△서스펜션=(전)맥퍼슨 스트럿 (후·2WD)토션빔 (후·4WD)멀티 링크
△브레이크=(전·후)벤틸레이티드 디스크
△공차중량=1360~1490㎏(트림별 상이)
△최고 출력=198ps / 최대 토크=27.0㎏f·m
△배터리=해당 사항 없음
△연비=(18인치 휠 2WD 기준 복합)11.8㎞/ℓ (도심)10.6㎞/ℓ (고속)13.5㎞/ℓ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해당 사항 없음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howing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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