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기조 변화는 최근 검찰 통계와 국방부의 강화된 징계 지침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과거에는 '작전 중 공로'나 '성실한 복무 태도'가 형량을 낮추는 방패가 되었으나, 현재의 엄벌주의 체제 하에서는 오히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 자의 배신"으로 해석되어 가중 처벌의 근거가 된다. 초동 대처에서의 사소한 판단 착오가 형사 처벌과 신분 박탈이라는 거대한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군인음주운전 적발 직후, 많은 군인이 징계에 대한 공포로 현장에서 즉흥적인 변명을 늘어놓는다. "대리운전 기사가 도로 중간에 차를 버리고 갔다"거나 "약 복용으로 인한 착오"라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진술은 추후 군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재판부는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서 논리적 결함이 발견되는 순간, 이를 '반성 없는 태도'로 간주하여 선처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음주운전의 구성요건은 민간과 동일하지만 군사법원이 이를 평가하는 잣대는 훨씬 가혹하다. 군인은 언제든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복무의 특수성' 때문이다. 군사재판부는 피고인의 개인적 사정보다 조직 전체에 미칠 파급력을 우선순위에 두기 때문에 혈중알콜농도 수치가 면허 정지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과거 전력이 없다 하더라도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형사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군인음주운전은 곧바로 군인사법에 따른 강도 높은 징계 절차로 이어진다. '원아웃 제도'가 정착되면서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은 사실상 강제 전역(해임·파면)을 의미한다. 이는 군인 연금 수급권 박탈과 명예퇴직 금지 등 추가적인 불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 일과 외 시간에 발생한 음주운전도 징계 사유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생활’이라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군인음주운전 사건은 일반 변호사의 시각이 아닌, 군 조직의 생리와 징계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하는 전문가의 시각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공군 군사법원장 출신인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군인음주운전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과연 '군 조직의 일원으로 남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군 특수성을 반영한 논리적 소명 자료를 구축하지 못하면 징계 항고심에서 결과를 뒤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징계위원회의 시각은 형사 법정보다 훨씬 보수적이기에 절차적 정당성과 양형 부당의 논리를 군 검찰의 논법으로 반박하는 고도의 전략이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소중한 계급장과 연금을 지켜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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