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부는 ‘가을감자 혁명’ 통일감자, 대한민국 감자산업의 새시대 열다

이병학 기자

2025-10-10 14:08:00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임계면 고단리 통일감자 재배 (2025년 8월10일 파종, 씨감자2025년 6월초 생산) 사진자료: 임영석감자연구소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임계면 고단리 통일감자 재배 (2025년 8월10일 파종, 씨감자2025년 6월초 생산) 사진자료: 임영석감자연구소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예전까지 강원도 감자산업은 품종과 재배 시기 모두에 큰 제약이 있었다. 국내 시장의 주력 품종은 수미와 두백이었으며, 강원도에서는 주로 3월부터 7월까지의 봄감자(춘천·강릉 등 중산지 지역)와 4월부터 9월까지 여름감자(대관령 중심의 고랭지 지역)에 의존해 왔다. 즉, 강원도에서는 봄과 여름에만 감자 생산이 가능했고, 가을감자는 불가능한 작형으로 여겨져 왔다. 기후와 품종의 한계로 강원도에서 연중 감자를 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원대학교(총장 정재연) 생명건강공학과 임영석 교수가 개발한 ‘통일감자(Happy King)’의 등장으로 이러한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통일감자는 조생종이면서 단휴면(60일) 특성을 지닌 품종으로, 수확 후 짧은 기간이 지나면 바로 다시 파종할 수 있다. 형태가 균일하고 수량성이 높으며, 더위와 병해에도 강해 봄·여름·가을·겨울하우스까지 전국 모든 작형에서 재배 가능한 혁신 품종으로 평가된다.

통일감자는 모양이 예쁘고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지역과 재배 시기를 불문하고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 농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품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수미(미국품종)나 두백(캐나다 변종)은 지역에 따라 모양과 품질이 달라 시장 가격이 불안정했지만, 통일감자는 품질과 수량이 균일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과거 봄, 여름감자의 대표 품종인 수미 품종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고, 제주도의 가을감자를 대표하던 일본 품종 ‘대지마’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전 지역에서 통일 감자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대관령 봉평면 덕거리에서 통일감자를 재배 중인 대관령D&K영농법인 김용운 회장은 “지금 포장에서는 통일감자 꽃이 활짝 피었고 괴경 형성이 한창 진행 중으로, 80일차면 다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왜 통일감자가 ‘가을의 왕, 추왕(秋王)’이라 불리는지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며 “8월 14일 파종 이후 안정적인 생육이 이어지고 있어, 고랭지에서도 가을감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통일 씨감자는 2024년 12월초에 수확한 종자를 사용했다”라고 덧붙였다.

정선 임계 고단 지역에서 통일감자를 두 곳에 이기작으로 재배 중인 포테이토팜영농조합법인 윤중만 대표는 “그동안 강릉·옥계·동해 지역에서 통일감자로 가을감자를 재배해 성공했지만, 이번에는 준고랭지 정선에서도 8월 10일 파종으로 10월 말 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감자는 4월 중순에 파종해 7월 중순이나 말에 수확이 가능하고, 바로 8월에 2기작이 가능하다”며, “이번에 사용한 씨감자는 6월초에 수확한 봄종자이다. 통일 감자는 전통적으로 제주도와 전남 보성·회천 지역에서는 통일감자의 경우 6월 초에 수확한 종서를 사용해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파종하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무·배추 같은 투기성 작물을 재배했지만, 감자는 가격이 안정적이고 시장성도 높으며, 여름 폭염을 피하고 가을에 수확하니 품질도 좋고 부패도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과거 전남 보성, 전북 김제, 부산, 제주도 등 남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가을감자가 이제는 강원도 준고랭지에서도 가능해졌다”며 “통일감자 한 품종으로 강원도 감자의 혁명, 나아가 대한민국 감자산업의 혁신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했다.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서면 신매리 강변길 일원 (2025년 9월3일 파종, 씨감자는 2024년 12월초 생산) 사진자료: 임영석감자연구소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서면 신매리 강변길 일원 (2025년 9월3일 파종, 씨감자는 2024년 12월초 생산) 사진자료: 임영석감자연구소


춘천 서면에서도 9월 3일 파종된 통일감자가 한 달 만에 개화되어, 중저지대에서도 이기작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장을 방문한 춘천 농가 김선복 씨는 “한 달 만에 꽃이 핀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내년에는 ‘춘천시 가을감자통일작목반’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재배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미 통일감자 씨감자 공급을 미리 주문하기도 했다.

임영석 교수는 “대관령, 정선, 홍천, 춘천 등 해발 150~730m 전 구간에서 통일감자의 이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며 “이제 강원도는 기존의 3~6월 중심 감자 작형을 넘어, 봄(4~7월)과 가을(8~11월)을 잇는 ‘감자 2모작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성과는 기후변화 대응형 식량안보 작부체계의 전환점이며, 농가 소득 안정화와 강원 감자산업의 도약을 이끌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통일감자는 대관령 봉평면 덕거리(해발 730m, 8월 14일 파종), 정선 임계 고단(해발 520~550m, 8월 10일 파종), 홍천 내촌 도관리(해발 270m, 8월 23일 파종), 춘천 서면(해발 150m, 9월 3일 파종) 등 강원도 전역에서 시범 재배 중이며,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단계별 수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임 교수는 “통일감자는 단순한 품종을 넘어, 한국 감자산업의 계절적 한계를 뛰어넘은 ‘연중 재배 가능 품종’으로서, 진정한 의미의 대한민국 감자 혁명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임영석 교수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기능성 감자육종 분야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통일감자’, ‘골든킹’을 비롯한 20여 종의 K-감자 품종을 개발하며, 이집트, 스리랑카, 가나, 알제리, 우간다 등 세계 여러 나라의 농업개발협력(ODA) 프로젝트에 참여해 K-감자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연구자와 농민들에게 한국의 선진 감자기술을 전수하며, 한국 감자산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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