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논단] 트럼프의 '분노'보다 한국인이 더 '격노'한다

2020-10-05 09:40:56

사진 = 남영진
사진 = 남영진


트럼프 미국대통령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 <분노>에는 한국인이 더 분노해야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9월 중순 72년 닉슨대통령의 사임을 끌어낸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의 <분노>라는 책이 출간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무려16회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과 주고받은 인터뷰 기록이다.

언론에 보도된 이 책 내용에는 중요한 것이 많지만 부자 나라 한국을 미군이 왜 지켜줘야 하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충격적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을 지켜준다. 한국의 존재를 미국이 허락하고 있다" ("I say, so we're defending you, we're allowing you to exist.") 즉 미국 덕에 한국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우드워드도 한국의 존재가 미국의 '허락'에 달렸다는 표현에 놀랐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한국 방문 때 헬기로 이동하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을 내려다보곤 "저 고층 빌딩, 고속도로, 기차를 봐라! 이 모든 것의 비용을 미국이 대고 있다. 전부 한국이 대야한다."고 말한다. 평택 미군기지 방문 당시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기지 건설비용의 92퍼센트를 낸 한국의 기여를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왜 100퍼센트를 내진 않느냐“고 반문한다. 올해 주한미군 분담금 협상에서 실무자들이 다 합의한 것을 트럼프대통령이 취소한 이유다.

트럼프 집권초기인 2017년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상황도 자세히 나온다. 당시 북한도 전쟁을 예상했고, 전적으로 대비했다는 말을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김정은 위원장한테 직접 들었다고 했다. 한반도의 극적 위기가 남한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워싱턴발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해 8월 말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한 항구를 폭격할지 고민하다가 성당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전면전을 우려해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군 B1 폭격기와 전투기 20여 대가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비행하며 무력시위로 도발적 행동을 취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밥 우드워드의 전작인 <공포>에서도 참모들이 3차 대전을 막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는데 트럼프는 시큰둥해 한다. 우드워드는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라고 명령을 내렸다”며 주독일 주둔 미군도 철수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결국 4년이 지난 7월 주독미군 감축을 지시하며 "우리는 더는 호구(sucker)가 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공약에 따라 한국과 일본 등이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이득을 취한다는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트럼프대통령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롯해 한국 등 동맹국을 막대한 주둔비용을 들여 지켜주는데 이들 동맹국들은 부담금을 조금밖에 내지않아 미국이 호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 "우리가 한국을 북한으로부터 보호하는 가운데 한국은 텔레비전과 선박 등을 수출해 많은 돈을 번다."며 “그런대도 우리에게 매년 100억 달러를 치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집권초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직후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매파 제임스 매티스를 국방장관 후보로 면담하며 나토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매티스 장관은 이런 트럼프의 태도를 "미쳤다" "위험하다"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매티스 전 장관은재직 시절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와 미 동맹국에 적대적인 발언을 하거나 북한을 위협할 때마다 성당에 나가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아울러 측근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가리켜 "미국이 겪고 있는 이런 수모가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취소 결정에 대해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매티스는 이런 결정을 "우리를 동맹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방법", "우리를 끌어내리는 방법"이라며 ’미국의 수모‘라고 표현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또 "우리는 미국 내부에서 전쟁을 선포하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 책에는 트럼프의 ’변덕‘과 ’거짓‘에 대해 잘 나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를 '로맨스'에 비유하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여자를 만날 때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를 한순간에 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싱가폴 첫 회담에서 연인관계 같았는데 하노이 2차 회담에서 갑자기 결렬선언을 한 것 등이다. 우드워드가 2017년 전쟁위기에서 1028년 왜 북한과 대화로 방향을 틀었는지 묻자 트럼프는 즉답은 피한 채 ”주한미군 탓에 너무 많은 돈을 잃는다.“고 말을 돌렸다고 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구호가 11월 대선에서 다시 통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미국민의 선택에 앞서 혈맹이라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동맹국을 헷갈리게 하는 정책은 ‘나 먼저’(ME FIRST)로 들릴 수 있다.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