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울시 좋은 정책, 시민 감시와 격려로 완성도 높여야

2019-11-20 15:02:29

김정순 위원장
김정순 위원장

가을의 끝자락은 스산하고 을씨년스럽다. 노오란 은행잎은 거리를 뒹굴며 아직 가을 흔적을 못 지우고 있는데 기온은 저 혼자 뚝 떨어진다.

준비 할 틈도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초겨울은 그래서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어쩌면 추위를 몹시도 싫어하는 필자의 개인 감성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갑작스런 추위에 위축 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준 소식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

그 소식은 최근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놓은 광화문 광장 주변 교통대책 발표와 관련 전문가들의 찬성하며 아이디어를 보탠다는 뉴스였다.

이 단순한 소식이 뭐 그리 위로가 된다는 것인지 쉽게 납득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광화문 인근에 사는 필자로서는 다르게 느껴졌다. 광장 집회가 있는 날이면 교통 통제 등 여러 가지로 혹독한 교통난을 겪는 처지라서 박시장의 광화문 교통 대책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서울시의 교통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반대하지 않고 찬성 의견을 준 관련 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태도는 반갑다 못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문득 얼마 전 정치권에서 보여준 훈훈한 미담과 이번 박시장의 광화문 정책이 오버랩 된다. 이낙연 총리의 사과 발언에 야당 주광덕 의원이 보낸 진심어린 덕담이 국민들 마음을 모처럼 훈훈하게 만들며 화제였다. 실제로 야당 의원이 여당이 지명한 현직 총리에게 우호적인 태도로 칭찬하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 진영을 향해 거친 비난을 해대는 일이 정치판의 흔한 모습이다.

마치 비판이 곧 정치의 본질인 것처럼 비이성적인 태도로 막말 비판이 난무하는 정치권에서 '진심어린 사과에 감동했다'며 야당의원이 상대 진영을 향해 칭찬하는 장면은 정치 문화 수준이 격상 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오늘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다"며 이 총리를 향한 진심어린 극찬 장면은 필자에게 감동스럽게 다가왔다. 아마도 뉴스를 지켜본 국민들도 야당정치인과 총리가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깊게 감동 받았을 것이다. 주광덕 의원처럼 상대방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이 느껴지는 방식이나 태도에는 감동이 따른다.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의 경우, 내용은 서로 다르지만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렇다. 이 미담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상대를 향한 날선 지적과 거친 비판 보다는 서로 격려하며 존중하는 말로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다. 잦은 집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불편을 겪는 광화문 주변 주민들의 교통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은 어찌 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집회 관련 광화문 인근의 교통난 해소 방안에 전문가들이 찬성의견을 내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한 일이 감동스럽게 다가왔던 까닭은 쉽게 비판하기 보다는 서울시의 이번 교통 정책에 찬성하고 아이디어까지 보태는 즉 ‘정책을 대하는 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지난 1월을 비롯해 여러 차례에 걸쳐 광화문 관련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단체 등 이런 저런 반대에 부딪쳐 실행하지 못했다.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책이라도 막무가내식의 반대 의견에 실행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처럼 정책에 대한 격려나 칭찬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거친 비판을 자주 봐왔던 터라 비판에 익숙해졌을 수 있다.

반대 자체가 존재의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근거 없이 반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정책에 대한 관심이나 분석보다는 진영 논리에 맞춰 무조건 거친 말로 상대 의견에 비난부터 해대는 경우가 많다. 이 분위기를 타고 갈등을 더 부추기는 시사 프로그램 이나 편향된 언론 보도는 정책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른 프레임과 여론을 만들어 낸다.

어떤 정책이든 편향적인 비판과 비난은 정책 이용자들의 관심과 신뢰를 떨어트린다. 정책 실행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거나 심한 경우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 수 있다. 비판이나 반대의견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반대 의견을 내는 방식 혹은 관련 정책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다.

아무튼 비판과 갈등을 불러오는 반대를 위한 반대에 익숙한 터라 서울시의 광화문 교통 대책에 전문가들이 반대 의견 없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소식이 그래서 더 놀랍고 감동스럽게 다가 왔던 것 같다.

광화문 집회로 인한 교통 혼잡과 불편을 주변 주민은 일상적으로 겪고 있다. 언제쯤이면 광화문 광장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 올 수 있을지 크나큰 관심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박원순 시장이 내놓은 이번 광화문 교통대책 중에 집회 때 시민의 통행권 확보 내용에 유독 관심이 간다.

이유는 교통이 통제 될 경우 인근 주민의 귀가 방법은 도보 수단뿐이라서 집회시 통행권확보는 절실 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도로 공간을 재편하고 도심권 신호운영과 원거리우회 추진, 교통정보 제공,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 등 아주 세심하게 교통대책을 마련한 것은 환영할 만한 정책으로 보인다.

모처럼 전문가들 역시 서울시의 구상에 아이디어를 보태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근 주민의 한사람으로서 관심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좋은 정책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책 이용자인 시민의 비판과 격려 속에서 다듬어지고 완성된다. 정책 실행도 시민들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더 빛날 수 있다. 마치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이낙연 총리를 향한 칭찬과 격려 메시지 방식처럼 말이다.

광화문 교통정책 관련 전문가들이 찬성 의견을 서울시에 보임으로서 서울시 정책이 더 빛나게 되듯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완성도가 달라진다. 서울시 정책의 주인은 서울 시민이다. 정책의 주인인 우리도 정책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김정순 /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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