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관은 마약류 의심 물품을 적발한 이후 통제배달을 통해 수취인을 찾아낸다. 즉, 물품을 곧바로 압수하는 대신 수사기관과 공조하여 정상적으로 배달되는 것처럼 위장하고 이를 수령하는 순간 현장에서 수취인을 체포하거나 임의동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는 "친구의 부탁으로 대리 수령만 했을 뿐"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하지만 대법원 판례는 국제우편물의 특성상 수취인이 수수료나 대가를 기대했거나 내용물이 정상적인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는 의약품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예상할 수 있었던 정황이 있다면 밀반입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 책임을 인정한다. 즉, 직접 주문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모 관계를 부인하기에 한계가 명확하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향정신성의약품의 오·남용 위험도와 의학적 유용성에 따라 가·나·다·라목으로 분류하여 법정형을 달리 정하고 있다. 예컨대 환각성과 중독성이 매우 강한 '가'목에 해당하는 약물(LSD, MDMA 등)을 반입한 경우에는 영리 목적이나 유통 여부와 상관없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이 적용된다. 또한 의료용으로 쓰이는 '나'목이나 '다'목에 해당하는 의약품(프로포폴, 케타민, 졸피뎀 등)이라 하더라도 허가 받지 않은 반입 행위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설령 해외 현지 병원에서 정식으로 진료를 받고 합법적으로 처방 받은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국내법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어 있고 사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 등 법적 요건을 거치지 않았다면 자가 치료 목적이라는 항변도 법적으로 면책 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사기관은 물품의 수취인 명의, 운송장 번호 조회 기록, 대금 결제 수단, 송수신인 간의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을 종합하여 수취인의 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따라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해당 물품의 국내 반입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개입했는지, 불법적인 성분을 인지했는지, 제3자가 명의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없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글 : 로엘 법무법인 김명희 대표변호사
김성민 빅데이터뉴스 기자 ksm@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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