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사업 진출 선언한 현대車, 한화와 항공전시회서 처음 맞붙는다

채명석 기자

2026-09-21 15:44:41

현대로템, 30일 창원서 개막하는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 참가
항공산업 전시회 박람은 처음, KAI 인수하려는 한화 인적·물적 공세 견제
항공산업 원조 대한항공(KAL), 업계 판도 재편의 핵 KAI 등도 참가

현대로템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현대로템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조감도. 사진=현대로템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항공우주산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현대자동차그룹이 관련 산업 전문 전시회에 처음 참가해 선발주자로 선점 우위에 집중하고 있는 한화그룹에 맞불을 놓는다.

현대로템은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3일간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AEROTEC 2026)’에 참가한다. 항공우주사업 조직 출범 3개월여 만에 관련 산업 전시회에 모습을 드러내 한화그룹과 관객몰이 경쟁을 한다.

전시회에는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비롯해 업계 주도권 경쟁의 핵으로 부상한 KAI와 항공우주 제조업 부문 원조기업을 자처하며 KAI 인수의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대한항공(KAL) 등 주요 대기업이 모두 참가한다.

재계는 방위산업 부문에선 ‘한화 대 反한화’ 구도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육상 장비에선 현대로템, 유도무기 등에선 LIG D&A, 해상 장비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과 경쟁하고 있다.

유일하게 한화의 영향력이 덜 미치고 있는 항공우주산업의 향후 미해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모이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로템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이 분야 새로운 라이벌 관계를 구성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첫판에 기세를 꺾기 위함인지,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회에게 가장 큰 전시 부스를 마련해 한화와의 경쟁 의지를 드러냈다. 전시회 주최측도 언론에 배포힌 보도자료에서도 참여업체 소개에 현대로템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보다 앞서 가장 먼저 소개했다.

현대로템은 미래 우주수송 분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기술을 선보인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 주관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탄엔진과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 등 항공우주 분야 전문인력을 별도로 채용하는 등 관련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가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제5대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기업 차원의 우주사업 확대를 넘어 국내 우주기술 산업 생태계 발전과 기업 간 협력을 이끄는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항공우주 분야 전담 인력을 확보해 차세대 발사체 및 추진기관 분야의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재사용 발사체 시대를 대비한 메탄엔진 및 추진기관 기술을 소개하고,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회장사로서 국내 우주산업의 기술 개발과 산업 생태계 확대를 위한 방향도 함께 제시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체계 종합과 핵심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누리호에 탑재되는 75톤급 액체로켓 엔진과 각종 핵심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민간 중심의 우주수송 산업 전환을 앞두고 발사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상업 발사서비스 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이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에서 개최한 우주수송 분야 산업체 간담회에서도 누리호 5차 발사 준비와 후속 발사 계획을 공유하며 민간 중심 발사서비스 전환 과정에서 산업체 역할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참가를 통해 발사체 체계종합과 엔진 기술을 비롯해 대한민국 우주수송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줄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은 위성 제조와 위성통신, 지구관측 등 우주사업에 더해 최근 우주 AI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우주 AI 솔루션’을 해외에 처음 공개하며 위성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한 우주 기반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위성이 확보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지구관측 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은 위성 제조를 넘어 우주 데이터를 실제 산업과 국방·재난·안보 분야에 활용하는 ‘우주서비스’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장에서는 위성 및 우주 AI 기술을 통해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데이터와 서비스 중심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KAI는 국내 대표 항공우주기업으로서 차세대 중형위성, 저궤도 통신위성, 우주탐사 분야 등 다양한 우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AI는 최근 이스라엘·미국 기반 우주 스타트업 레몬도와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며 기존 위성 시스템과 본체 개발에서 위성 탑재체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대형 위성부터 초소형 위성에 이르는 위성 플랫폼 라인업 확대와 탑재체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글로벌 위성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KAI가 보유한 위성 플랫폼 기술과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위성산업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재계 순위 3위인 현대차그룹이 사업 규모와 재무 능력에서 5위인 한화그룹에 비교 우위에 놓여 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방위사업과 조선사업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덩지를 키우며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한화의 거침없는 질주를 현대차그룹도 관망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상 중심에서 항공우주 분야로 모빌리티 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있으며, K2전차로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는 방위사업도 육상 장비에 국한한 영역을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항공우주산업에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업을 단기간 내에 수익화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핵심인 항공우주산업(KAI) 인수하는 것이다. KAI는 1999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 극복을 위해 대기업 업종 간 구조조정(빅딜)에 따라 대우그룹(대우중공업)이 삼성그룹(삼성항공)과 현대그룹(현대우주항공)의 을 인수해 출범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항공우주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KAI를 ‘되찾아와야 할’ 명분이 생긴다.

한화그룹은 모태사업인 화약에 삼성테크윈 등의 인수로 육상 방산을,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여서 해양 방산의 완성품(SET, 세트) 제조업 기반을 갖췄으며, 남은 것은 KAI 인수로 육‧해‧공 제조업 방산 역량을 확보해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진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합병된 삼성테크윈은 삼성항공과 한 몸이었고, KAI 출범 주체인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다. 비록 한화로 간판을 바꿨으나 개별 기업의 입장에선 현대차그룹만큼 KAI를 되찾아와야 한다.

올해 들어 한화가 수차례에 걸쳐 KAI 지분을 장내 매입해 수출입은행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정부가 민영화를 결정하면 KAI의 새 주인은 한화가 될 것이라는 대세론이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재계 분위기는 다른 모습이다. 한화가 방산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다른 그룹과 대립각을 너무 세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항공우주사업의 주도권을 한화에 고스란히 넘겨줄 수 없다는 반감도 나오고 있다.

이에 유도무기와 레이다 등에서 한화와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Aerospace, LIG D&A)가 사명을 바꾸며 사업 참여를 이름에 박았고, 현대차그룹의 대표 방산업체인 현대로템도 7월 1일 자 조직 개편을 통해 방산 사업 부문인 기존 디펜스솔루션(DS)사업본부의 명칭을 에어로스페이스·디펜스&로봇·수소(AD(Aerospace·Defense)&RH(Robot·Hydrogen)사업본부로 변경하며,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산업의 현황을 알아보는 자리임과 동시에 항공우주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재계의 치열한 경쟁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방산 부문에서 불거진 재계의 ‘한화 대 反한화’ 기조가 KAI 인수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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