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50년 돌아보기-50] 채권단 관리체제로의 전환

채명석 기자

2026-05-22 09:09:21

채권단과 협의 거쳐 2016년 2월 2일 현대상선 자구안 추가 마련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전환 요구 등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 요구
현대그룹 동의해 2016년 3월 29일 가결해 채무 재조정 방안 착수
주식 수 7대 1 감자 단행, 최대 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

현대상선의 55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 ‘현대 디스커버리(Hyundai Discovery)’호가 항해하고 있다. 사진= HMM
현대상선의 55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 ‘현대 디스커버리(Hyundai Discovery)’호가 항해하고 있다. 사진= HMM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2013년 12월 현대그룹은 눈앞에 닥친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조3400억 원에 이르는 그룹 차원의 자구 계획안을 발표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리고 2년도 채 안 돼 이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하지만 확연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해운 시황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적자가 계속되는 데다 부채는 계속 쌓여가며 원리금 상환의 부담도 가중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에는 4월에 2208억 원, 7월에 2992억 원 등 5000억 원이 넘는 회사채를 당장 갚아야 했다. 이 중 만기 연장이 어려운 공모채가 3600억 원에 달해 자칫 회사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신용등급은 더 떨어져 신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는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한진해운과 합병할 것이라는, 혹은 현대그룹이 그룹을 살리기 위해 부득이 현대상선을 매각할 것이라는 등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결국 현대그룹은 기존의 자구안만으로는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없고 자칫 그룹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신용보증기금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2016년 2월 2일 고강도의 자구안을 추가로 마련해 발표했다.
이 자구안에는 한 차례 추진했다 실패한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공개매각과 벌크전용선사업부 매각, HPNT 지분 매각 등 자산매각을 비롯해 현대아산 지분 매각, 그리고 3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현정은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이 포함되었다.

수익성 향상을 위한 체질 개선 방안도 함께 제시되었다. 특히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되었던 용선료의 인하를 추진하고, 신용채권·담보채권 등 사채권자의 채무도 만기 연장 및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재조정하기로 했다.

이러한 자구안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었다. 벌크전용선사업부를 2월에 매각했고 3월에는 HPNT 지분도 매각했다. 4월에는 현대증권 지분 22.43%를 약 1조 2,500억 원에 매각하는 데도 성공했다. 현대아산 등 보유주식의 매각 및 담보대출을 통해 700억 원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채권자들의 채무 재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데 이어 채권단이 금융지원조건부 자율협약의 가장 큰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용선료 인하 문제도 2016년 6월 타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이 금융지원에 나설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마련되었다.

현대상선 추가 자구 주요 계획안. 자료= HMM 50년사
현대상선 추가 자구 주요 계획안. 자료= HMM 50년사

채권단은 현대그룹과 추가 자구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금융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자산매각,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그리고 글로벌 얼라이언스 합류 등을 제시하면서 대규모 재무구조 개선과 지배구조 전환을 요구했다. 사실상 현대그룹으로부터의 분리를 요구한 것이다.

이 같은 요구에 현대그룹이 동의함에 따라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신청한 자율협약 안건을 2016년 3월 29일 가결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3개월간 유예하고 출자전환을 포함한 채무 재조정 방안 수립에 착수했다.

채권단은 2016년 5월 24일 용선료 인하와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 동참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약 70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출자전환하기로 의결했다. 당초 채권단은 용선료 협상이 끝난 후에 협상 결과를 보며 출자전환을 진행하려 했으나, 용선료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사채권자 집회 일정이 다가옴에 따라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출자전환 안건을 먼저 의결했다. 이에 힘입어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이 6월 내에 모두 합의가 이루어져 채권단의 요구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앞서 2016년 3월 현대상선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수를 7대 1로 병합하여 보통주는 2억2949만2265주에서 3278만4609주로, 기타 주식은 1300만5000주에서 185만7857주로 줄이는 감자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4월 감자가 이루어져 현대상선의 자본금은 1조2124억 원에서 1732억 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감자안은 결손금 보전 및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상장폐지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2015년 말 기준으로 현대상선의 자본잠식률이 79.8%에 달해, 감자를 하지 않으면 한국거래소 상장 기준에 따라 2017년에는 상장 폐지가 될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현대상선은 2016년 6월에도 이사회를 열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회장 등 대주주의 지분을 7대 1 비율로 추가 감자하는 차등감자를 단행하기로 의결했다. 그리고 7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 결과 현대상선의 전체 주식 수는 보통주 기준으로 3278만4609주에서 2656만9238주로 줄어들고, 대주주 지분율은 기존 22.64%에서 3.64%로 낮아졌다.

감자에 따라 7월 현대상선은 최대 주주가 현대엘리베이터 외 24인에서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되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에 대한 기존 대주주의 지배력이 상실돼 현대상선은 사실상 현대그룹에서 분리되고, 출자전환을 통해 한국산업은행을 최대주주로 하는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절차만 남겨두게 되었다.

2016년 6월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을 대부분 이행했다. 계획했던 자산매각을 모두 성사시킨 것은 물론, 사채권자 채권 재조정과 용선료 협상도 타결했다.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감자를 통해 현대그룹에서 사실상 분리하는 과정도 마무리했다.

마지막 남은 글로벌 얼라이언스 합류 과제는 2016년 6월 2M 얼라이언스 가입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7월 2M과 공동운항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채권단과 맺은 조건부 자율협약의 전제조건을 모두 달성했다. 이에 채권단도 당초 계획한 대로 출자전환을 진행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는 7월 18~19일 일반공모 방식으로 청약이 이루어졌다. 청약대금 납입은 7월 22일 진행되었는데, 납입 결과 발행총액은 1조4418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채권단은 6840억 원의 채권을 신주로 전환했다.

사채권자와 용선주는 각각 4200억 원, 2900억 원의 신주를 배정받았다. 의무적으로 담당해야 했던 출자전환 금액보다 큰 규모였다.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해 전체 발행규모의 2.8%에 해당하는 4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주조합에는 6만 주가 배정되었다.

증자를 통해 현대상선은 약 1조4400억 원에 달하는 총 1억5129만 주의 신주를 발행했다.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던 한국산업은행이 2544만 주의 신주를 받으며 지분율 13.7%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기존에 현대상선 지분 17.5%를 가지고 있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율은 차등감자와 증자를 거치면서 0.5% 미만으로 떨어졌다. 신주는 2016년 8월 5일 상장되었다.

채권단, 사채권자, 용선주의 출자전환으로 2016년 3월 말 기준으로 3309%에 이르던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400% 이하로 낮아졌다. 또 차입금 상환유예 및 금리 조정을 통해 현금흐름의 안정도 되찾았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분리하여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되었다. 현대상선의 지배구조가 민간 그룹사 지배체제에서 정책금융이 주도하는 공적관리 체제로 전환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한국 해운산업의 판도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변화였다. 한편으로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사태 전후로 국가 해운물류 체계가 무너지는 급박한 환경에서 국적 원양선사의 공백을 방지하는 국가 기간산업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한국 해운재건의 첫걸음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자료: HMM 50년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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