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줌인] '부채 다이어트' 끝낸 SK네트웍스...시장은 'AI 사업지주사' 변신에 3년 베팅

조재훈 기자

2026-04-20 09:00:00

1500억 모집에 8300억 몰려...SK네트웍스 공모채 5.5배 초과
SK렌터카 매각 후 차입금 증발...부채비율 322%서 148%로 급감
이자보상비율 1.35로 회복...영업이익률 1.28%는 해결과제

SK네트웍스 본사 삼일빌딩 전경./사진=SK네트웍스
SK네트웍스 본사 삼일빌딩 전경./사진=SK네트웍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SK네트웍스가 추진 중인 ‘AI 중심 사업지주회사’로의 체질 개선이 자본시장에서 확실한 합격점을 받았다. 연간 36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수요예측에서 당초 계획의 5.5배가 넘는 83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흥행에 대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SK네트웍스의 파격적인 사업 재편과 재무 구조 개선 노력이 기관투자자들의 강력한 '러브콜'로 증명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지난 16일 공모 회사채 발행을 마무리했다. 최초 계획은 2년물(제187-1회) 300억원, 3년물(제187-2회) 1200억 원으로 합계 1500억원이었다. 그런데 발행 8일 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예사롭지 않은 숫자가 나왔다. 300억원을 목표로 한 2년물에 9건, 금액으로는 2300억원이 몰린 것이다. 이는 계획보다 7.67배 많은 수치다. 또한 1200억원을 목표로 한 3년물에는 34건, 5배에 해당하는 6000억원이 몰렸다. 43건 합산 수요는 8300억원으로 최초 계획 총액 1500억원의 5.53배에 달했다. SK네트웍스는 수요 확인 후 최종 발행액을 2년물 400억원, 3년물 1900억원, 합계 2300억원으로 증액을 확정했다. 2년물 금리는 연 3.895%(만기 2028년 4월 14일), 3년물 금리는 연 4.049%(만기 2029년 4월 16일)로 두 회차 모두 납입이 끝났다.

자금 유입 규모만큼이나 기관들의 확고한 투자심리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때 전체 채권을 만기와 금리 조건별로 쪼개 발행하는 '트랜치(Tranche·조각)' 기법을 활용한다. 이번 발행에서 SK네트웍스가 내놓은 2년물과 3년물 트랜치는 모두 최종 발행금리가 민간채권평가사 4사의 개별민평 산술평균을 밑돌아 확정됐다. 2년물은 개별민평 대비 -0.01%p, 3년물은 -0.02%p 낮은 수준이다. 기관들이 시장 기준치보다 낮은 이자를 받겠다고 먼저 손을 든 셈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로부터 'AA-(안정적)'라는 우량 등급을 인정받은 데 더해 수요 경쟁률과 발행금리 수준까지 세 가지 지표를 모두 우호적으로 마감했다. 전체 주문액의 70% 이상이 단기물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3년물 장기 트랜치로 쏠렸다는 점은 자본시장이 SK네트웍스의 'AI 컴퍼니' 전환 비전에 3년이란 시간을 기꺼이 베팅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발행의 1차 자금 사용처는 올해 한꺼번에 만기가 집중된 구형 채권 상환이다. 2019년 발행한 제182-3회(1100억원·연 2.28%), 2021년 발행한 제183-2회(1500억원·연 1.97%), 2023년 발행한 제185-2회(1000억원·연 4.08%) 등 총 3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올해 집중된다. SK네트웍스는 이번 신규 조달 2300억원에 자체 보유 현금 1300억원을 보태 전액 상환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발행의 본질은 조 단위 빚을 한 해에 갚아야하는 만기 집중 리스크를 2028년과 2029년으로 분산해 재무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목적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의 재무 체력은 최근 3년 새 극적으로 늘었다. 총차입금은 2023년 5조1626억원에서 지난해 1조8473억원으로 3조원 넘게 줄었다. 부채비율 역시 2023년 322.59%에서 2025년 148.85%로 절반 이하로 줄여냈다. 이같은 재무·수익성 개선의 이면에는 SK네트웍스의 과감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자리 잡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과거 상사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탈피해, 현재 SK인텔릭스(환경가전 렌탈), SK스피드메이트(자동차 경정비), 워커힐(호텔·리조트) 등을 주요 자회사 및 사업부로 둔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2024년 8월 핵심 자회사였던 SK렌터카를 매각하며 확보한 대규모 현금은 차입금 상환의 동력이 됐다. 매각대금은 8200억원으로 차량 구매에 대규모 금융 부채가 수반되는 렌탈업 특성상 매각과 동시에 부채가 급격히 감소했다. 연간 이자 비용은 2024년 960억원에서 지난해 64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던 이자보상비율(2023년 기준 0.95)은 지난해 영업이익 863억원을 기록하며 1.35로 회복됐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4484억 원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 내실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총매출은 6조7451억원으로 전년(7조6573억원) 대비 감소했는데 트레이딩 자회사 글로와이드 매출이 전년 대비 64.4% 급감한 탓이다. 이는 철강·범용 원자재 등 저마진 물량을 걷어내고 수익성 높은 화학원료 중심으로 취급 품목을 재편한 결과로 풀이된다. 외형은 줄었지만 실속은 챙겼다.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11.17%에서 지난해 12.87%로 상승했으며 당기순이익은 2023년 54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SK네트웍스는 이같은 체질 개선으로 확보한 기초 체력을 미래를 향한 대규모 베팅으로 이어가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선택한 길은 'AI 컴퍼니'로의 전환이다. 과거의 자산 매각·교체 중심의 물리적 재편과 달리 최근에는 기존 사업 인프라에 AI 이식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투자설명서에서 기존 보유 사업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임을 명시했다

핵심 투자는 국내 AI 기업 업스테이지 지분 취득이다. SK네트웍스는 2024년 이미 250억원을 선투자해 관계기업으로 편입했고 이후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해 지난 2월 1차로 470억원을 추가 투자해 취득을 완료했다. 지난달 이사회 결의를 거친 2차 500억원 투자도 다음달 29일 집행할 예정이다. 누적 투자금은 1220억원이며 이를 통해 지분 12.9%를 확보하게 된다. 올해 이뤄지는 추가 투자 970억원은 자기자본의 4.7%, 보유 현금 4484억원의 21.6%에 달하는 공격적인 베팅이란 평가다. 업스테이지는 2024년 기준 매출 139억원, 당기순손실 363억원을 기록 중인 스타트업이다. SK네트웍스는 이 회사의 AI 기술을 자사 실물 사업과 결합하는 데 투자 목적을 두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전략은 수십 년치 차량 정비 이력을 보유한 570여개 스피드메이트 매장에 AI 분석을 얹어 부품 교체 시기를 예측하고, 236만 가입자를 보유한 SK인텔릭스의 렌탈 데이터에 알고리즘을 적용해 이탈 방지와 교차 판매를 고도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

업스테이지 외에도 지난해 10월에는 SK스퀘어로부터 디지털 마케팅 전문 기업 인크로스의 지분 36.06%를 인수했다. 스피드메이트 정비 고객, 인텔릭스 렌탈 가입자, 워커힐 투숙객 등 오프라인에서 축적된 대규모 고객 접점을 인크로스의 디지털 광고·플랫폼과 연결하면 새로운 수익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영업이익률 회복 등의 숙제는 남아있다. 지난해 매출 구성을 보면 정보통신(휴대폰·ICT 디바이스 유통)이 68.2%로 압도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다. SK인텔릭스(환경가전 렌탈) 12.5%, 글로벌 트레이딩 8.9%, SK스피드메이트(자동차 경정비) 5.2%, 워커힐 호텔·리조트 4.8%가 뒤를 잇는다.

부문별로는 SK인텔릭스가 영업이익률 7.7%로 전 부문 최고 수익성을 자랑한다. SK스피드메이트는 국내 자동차 등록 대수 2651만대, 수입차 신규 등록 비중 20.31%라는 성장하는 시장 안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워커힐은 2025년 방한 외국인 1958만명(전년 대비 7.6% 증가)과 2026년 2월 누적 기준 방한객 11.7% 증가의 수혜를 받으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탄탄한 실물 접점과 캐시카우를 갖췄음에도 영업이익률이 여전히 1.28%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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