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사기, ‘조직적으로 속이면’ 처벌이 달라집니다

황인석 기자

2026-03-30 16:19:32

김한수 변호사
김한수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황인석 기자] 보이스피싱, 리딩방 투자사기, 전세사기, 중고거래 사기까지. 피해가 커진 사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개인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역할을 나눈 조직형 사기라는 점이다. 이때 사건에서 자주 등장하는 죄명이 특수사기다. “나는 전화만 했다”, “계좌만 빌려줬다”, “심부름만 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우선 해당 행위가 조직적 범행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한다.

특수사기는 쉽게 말해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사기를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같은 사기라도 혼자 한 범행과, 여러 명이 공모해 역할을 나눠 저지른 범행은 사회적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처벌도 더 무겁게 설계돼 있다.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기망해 금전을 편취하는 구조라면, 전화·상담·문자 발송·현금 수거·계좌 관리 등 각자의 역할이 다르더라도 전체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보아 공동범으로 판단될 수 있다.

실무에서 특수사기로 판단되는 전형적인 범행 구조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난다. 콜센터처럼 상담원이 피해자를 설득하고, 다른 인원이 ‘검사·금감원·수사관’을 사칭하며 불안을 키우고, 마지막에는 현금수거책이나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는 구조다. 리딩방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수익 인증”을 돌리고, 다른 쪽은 ‘팀장’ 역할로 가입을 유도하고, 또 다른 쪽은 출금 제한을 핑계로 추가 입금을 압박한다. 이렇게 역할이 분화될수록 피해 회복은 어려워지고, 조직형 범죄로 평가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수사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오해는 “내가 직접 속이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사기는 ‘마지막으로 돈을 받은 사람’만 처벌되는 범죄가 아니다. 범행의 전체 구조를 알고도 참여했다면, 본인의 역할이 단순해 보여도 공범으로 평가될 수 있다. 계좌를 빌려주거나 현금을 전달하는 행위, 피해자에게 문자·링크를 보내는 행위도 ‘전체 범행에 기여’했다면 책임이 따라올 수 있다. “알바인 줄 알았다”는 말도, 어떤 대화와 지시를 받았는지에 따라 고의 판단이 갈린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시간 싸움이다. 특수사기는 돈이 빠져나간 뒤 자금세탁을 거쳐 추적이 급격히 어려워진다. 따라서 송금 즉시 금융사·경찰에 신고해 지급정지와 계좌 동결을 시도하고, 대화 기록·통화 녹음·송금 내역·상대 계좌 정보·사칭 문구 등을 최대한 모아 수사기관에 제공해야 한다. “조금만 기다리면 돌려준다”는 말을 믿고 시간을 보내면 회수 가능성이 떨어진다.

가해 혐의를 받는 쪽 역시 초기 대응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한다. 휴대전화 삭제, 텔레그램 방 탈퇴, 계좌 정리 같은 행동은 오히려 ‘증거인멸’ 정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인이 어떤 역할로, 누구 지시에 따라,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부터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절차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섣부른 변명은 공범 구조를 더 선명하게 만들 수 있다.

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 김한수 대표변호사는 “특수사기는 ‘여럿이 나눠서 속인 범죄’라는 점 때문에 단독 사기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질 수 있다”며 “피해자는 신고와 증거 제공을 최대한 빨리 진행해 자금 흐름을 묶어야 하고, 수사 대상이 된 경우에는 ‘단순 가담’이라도 공범 판단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초기 진술과 자료 정리가 결정적”이라고 조언했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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