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운명-5] MBK·영풍은 꿈도 못 꾸는 고려아연 자원개발사업

채명석 기자

2026-03-08 15:00:00

밸류업 보고서에 고려아연 인수 이그니오·캐터맨 부실 인수 비판
자원개발사업은 반 세기 안목으로 투자하는 ‘기다리는 사업’
포스코 ‘로이힐 광산’, 포스코인터 ‘미얀마 가스전’ 등 성공 사례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 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잔= 고려아연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2025년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 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잔= 고려아연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약 11조 원을 투입하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제련소 건설사업을 일단 지지한다고 했다.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은 한국이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오래전부터 해외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호주에선 성과를 거뒀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런데 MBK·영풍 연합은 이러한 고려아연의 해외사업이 못마땅하다. 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따른 미국이라는 특성 때문에 지지를 했지, 다른 국가 투자였다면 MBK와 영풍은 반대했을 가능성이 컸다고 보고 있다. 아니,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과 같은 자원개발사업은 아예 추진할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연 제련으로 성장한 고려아연의 신사업, 즉 자원개발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은 대규모 금액을 투자하고 긴 시간을 인내해야 하며, 그럼에도 실패를 장담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고려아연의 경우, 최윤범 회장이 주도해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준비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지만, 추진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반면, MBK와 영풍은 자원개발사업의 실패에만 초점을 맞추며, 그런 위험한 사업에 대규모 재원을 투자하는 것은 문제로 삼는 모습을 보인다. MBK는 2024년 말 공개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밸류업 방안’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와 미국 비철금속 트레이딩 업체인 캐터맨(Kataman)을 인수한 것을 ‘부실한 이사회의 검증 과정으로 부실한 기업을 인수한 것’이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향후 3년, 5년, 10년 이후에는 더욱 심각한 주주가치 훼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비판했다.

이그니오와 캐터맨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대표이사직에 오른 지 3년 후인 2022년과 2024년 각각 인수한 기업이다. 최 회장이 2022년에 제시한 회사의 미래 성장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의 3대 축 중 하나인 자원순환사업을 담당한다.
자원순환사업은 넓은 의미의 자원개발사업이다. 업계에선 사업 성공 요소 가운데 하나로 ‘기다림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자원개발은 착수부터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은 데다가, 성공 가능성을 발견했어도 사업 환경이 수시로 변하므로 추진 계획도 변화무쌍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개발사업은 눈앞에 닥친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10년 이상을 내다보며 마라톤 풀코스를 뛰듯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 단계를 거쳐야 한다”라면서, “주변의 비난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투자하며 인내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경영자만 성공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인수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성공 또는 실패를 논할 단계가 아닌데, 이미 ‘실패’라고 단정 지은 MBK…영풍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의 성공 사례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포스코가 참여한 호주 로이힐(Roy Hill) 광산은 2015년 11월 22일 처음으로 생산한 철광석을 출하했다. 포스코는 2000년부터 이 지역 철광석 투자를 검토하다가 2009년 지원 전문 지주회사인 핸콕(Hancock)과 접촉해 2010년 첫 투자했다. 첫 철광석을 생산하기까지 포스코는 15년, 핸콕은 1952년 부지를 처음 발견한 지 무려 63년을 기다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그룹 시절인 1990년 타당성 조사를 시작해 모 그룹 해체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는 위기 속에서도 2000년 미얀마 정부와 정석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2013년 6월 첫 가스 생산에 성공했다. 23년을 들인 성과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사업이 느리게 진행되자 주주와 투자자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공격을 받았으나 이를 극복하고 성공했다. “성공할 수 있다”는 CEO와 임직원의 믿음 덕분이었다. 최 회장과 고려아연 경영진이 앞으로 감내해야 할 시련이다.

업계는 고려아연이 두 기업 인수에 거액을 썼다는 MBK·영풍의 주장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큰 사업을 하는 기업가는 인수·합병(M&A) 대상기업을 결정할 때 드러나는 숫자(재무·손익상태 등)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무형의 경쟁 우위 요소를 평가한다. 임직원 맨 파워와 기술력, 영업‧생산 네트워크는 물론 인수기업이 소재한 지역‧국가의 사업 환경도 들여다본다.

평가 후 미래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CEO는 인수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이때 시장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 최 회장도 이그니오와 캐터맨을 인수할 때 이런 과정을 거친 후 미래가치에 걸맞은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던 이유는 세계 1위 아연 제련기술업체인 고려아연 덕분이다. 미국 내 전자폐기물 처리 사업은 다수의 업체가 참여해 경쟁 과잉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련 산업 태동 초기에 늘 나타나는 현상이며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이 차례로 퇴출당해 실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이 살아남는다. 사업 기반이 탄탄한 고려아연의 일원이 된 이그니오는 경쟁자를 제치고 마지막 승자가 될 가능성을 높였다.

캐터맨은 자원개발사업의 핵심인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책임진다. 트레이딩 업체는 거래를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를 수익원으로 하는데, 수수료율이 높지 않다. 한국의 종합무역상사들이 그렇고, 고려아연 계열사인 케이지트레이딩도 연간 영업이익률도 3% 내외다. 따라서 트레이딩 업체를 인수할 땐 손익보다 회사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중시한다. 최 회장은 캐터맨이 보유한 사업 네트워크가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고려아연에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고려아연은 자원순환 토털 솔루션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부터 할 일은 세 회사를 연계해 사업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성공 의지가 흔들리지 않고 투자를 이어 나가는 최 회장 등 경영진의 뚝심이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순환사업은 고려아연과 같은 큰 기업이 맡는 큰 사업이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경영자가 산업자본의 논리로 투자해야 한다”라면서, “MBK와 같은 사모펀드는 감히 평가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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