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영풍 ‘주주가치 제고’ 위해 지배구조 개선 주장하지만
인수 후 자산‧기술 매각해 자신과 투자자 배불 리가 주목적
소유와 책임 회피하면서도 통제만 하려는 의도에 속지 말아야

8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오너 일가와 투자자의 갈등을 넘어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단정 짓는다.
MBK·영풍 연합은 ‘주주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에 개입했다. 그러나 실제 의도는 실적이 좋은 자회사 지분을 분리·활용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한 후 기업을 재편해 단기 수익을 실현하는 데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너 일가의 방만 경영을 견제하자는 명분 뒤에, 소유와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통제만 확보하려는 전형적인 ‘책임 없는 지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다. 자원 안보, 원자재 수급, 해외광산 투자 등을 수행하는 만큼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전략 산업적 성격도 강하다. 고려아연의 지금 모습은 오너를 중심축으로 전문경영인과 임직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돈과 시간, 사람을 투자한 덕분에 만든 것이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본 긴 시간에 걸친 투자가 필요한 산업과 기업을, 수익 극대화만을 겨냥한 사모펀드(PEF)와 같은 단기 자본이 경영권을 쥐게 된다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큰 피해는 해당 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용불안, 기술 유출, 생산 체계의 단절, 협력업체의 타격 등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 자본시장 제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는다. 주주가치 제고나 오너의 독단을 견제하는 역할로는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기업가 정신’이나 ‘산업의 연속성’보다 주가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식의 접근은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홈플러스가 MBK에 인수된 이후 외국계 자본은 한국 시장을 투기 대상으로 바라봤다. 기업은 ‘키워서 수확하는 대상’이 아니라 ‘쪼개 팔 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업계에선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것은 유통업 진출이 아닌 부동산 때문이었다고 본다. 목적이 이렇다는 걸 입증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MBK는 투자액을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으로 조달했다.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의 직접 담보를 통한 금융 차입을 구상해 낸 것이다. 홈플러스는 MBK에 인수 후 10년간 20여 개 점포를 매각한 것으로 파악했으며, 점포당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대의 매각 대금이 거래돼 4조 원 이상의 현금을 MBK는 회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지급한 7조2000억 원 가운데 회사가 부담한 자기자본은 2조7000억 원이었고, 나머지 4조5000억 원은 홈플러스에 떠넘겼다.
MBK에 있어 고려아연은 꿀단지다. 고려아연은 제품, 기술, 인력은 물론 부동산까지 홈플러스보다 많은 돈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적대적 M&A를 성공시킨다면, MBK는 고려아연을 해외 매각은 안 한다고 했다. 홈플러스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이 말은 언제라도 뒤집힐 수 있어 믿음이 없다. 오히려 장기보유 할 때가 문제다. 식충식물 파리지옥처럼, 고려아연 자산을 하나씩 야금야금 팔아먹고, 마지막에 껍데기는 버리는 방식을 고수할 수 있다.
고려아연을 둘러싼 혼란은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책임 없는 통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PEF는 투자 수익 추구 극대화가 목적이며, MBK는 PEF 운용사다. 그들이 말하는 책임은 돈일 뿐 나머지는 의미가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 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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