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운명-2] 사모펀드가 왜 애국심을 품나

채명석 기자

2026-03-08 15:00:00

한국의 기업 풍토 흉내 낸 사모펀드의 태도 이상한 변화
“자신이 벌이는 사업이 국가 경제 선진화의 초석” 선전
김광일 “재벌 견제 세력은 정부와 사모펀드뿐” 주장도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MBK파트너스 부회장, 왼쪽)가 2025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 옆에 김병주 MBK 회장이 눈을 감고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MBK파트너스 부회장, 왼쪽)가 2025년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에 대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그 옆에 김병주 MBK 회장이 눈을 감고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2025년 6월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일부 의원들과 가진 비공개 면담에서 MBK가 보유한 홈플러스 보통주 2조5000억 원을 전량 무상 소각해 회사의 인수·합병(M&A)을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통상 그런 자리에선 최대 주주인 김병주 회장이 ‘인수·합병(M&A)에 반드시 성공해 생존시키겠다’라고 각오를 다지면, 국회의원들이 ‘홈플러스 M&A를 돕겠다’고 말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김병주 회장은 신이 회사 MBK가 최대 주주로 있는 홈플러스 경영에 실패해 놓고선 회사를 살리려는 노력에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M&A만이 살길이라고 하면서 “돕겠다”는 무책임한 말만 던져버린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 창업 역사를 살펴보면 경제보국(經濟報國), 산업보국(産業報國)에 기초한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데, MBK를 비롯한 국내 토종 사모펀드(PEF)도 영향을 받는가 보다”면서, “자신들이 벌이는 사업이 국가 경제 선진화의 초석이 된다는 식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MBK는 거의 독립투사가 된 모습이다. 2인자인 김광일 부회장(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 겸직)은 202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K가 변화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인수‧합병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한국의 전통 제조업을 인수해 산업 통합도 이루고, 중견그룹에 넘기는 가교 역할을 하며 ▲정부가 산업구조조정을 할 때 사모펀드(PEF)가 유용한 수단이 되고 ▲고려아연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광일 부회장은 심지어 “재벌에 대해 균형을 맞추고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은 정부와 사모펀드밖에 없다”고 단언하고 “고려아연은 한국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사모펀드를 잘 이용하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된다”면서 “MBK가 고려아연에서 성과를 거두면, 130조 원에 달하는 전체 사모펀드에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동급이 되어 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자본시장 구조를 선진화하는 역할을 PEF인 MBK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걸 애국심의 발로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MBK는 이 시간을 함께 보내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 최대 PEF 운용사로 성장했다. 커진 외형만큼 그만큼 목소리의 영향력도 중요해졌다. 이들이 가진 힘은 돈이고, 그 돈은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것이다. MBK가 투자금을 많이 유치한 것은 M&A 등으로 높은 투자 이익을 거뒀고, 투자 성공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외형의 성장만 추구하다 보니 내적 충실을 기하는 데에는 여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인수기업을 보는 눈과 육성 계획, 인수기업과 MBK를 중심으로 이어진 이해관계자들과의 동행‧동반성장 노력은 보기 힘들 정도다. 어떻게 국가와 동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MBK는 한국 기업이 외국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최소화한다고 했는데, MBK가 운용하는 펀드의 상당 비중이 외국계 펀드라는 점은 숨긴다. 김병주 회장을 비롯한 MBK 경영진 대다수가 미국 등 외국 국적자다. 외국자본을 받아 외국인이 운용하는 사모펀드가 한국 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말은 맞지 않다.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도 시간이 갈수록 영풍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MBK‧영풍 연합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에 지속적으로 트집 잡으면서, 정작 경영 능력이 전혀 검증 안 된 장씨 일가 3세를 고려아연 인수 뒤 최고경영자(CEO)로 앉히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런 행동은 MBK가 주장하는 애국심과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처럼 자기가 지적하며 개선해야 한다던 대한민국 재벌의 폐해를 MBK도 답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병주 회장 등 MBK 경영진은 홈플러스 금융감독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받고 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범여권 위원들도 이들을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를 통해 유죄 여부가 드러나겠지만, 혐의로만 놓고 본다면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와 다를 바 없는 짓을 MBK가 저지른 게 아니냐며 MBK가 애국심을 논하기 전에 윤리 공부를 먼저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MBK를 끌어들여 고려아연을 적대적 인수·합병(M&A)하려는 영픙의 위험한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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