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매각 엇갈린 선택…상법 개정안에 기업들 분주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업계 등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공개된 이후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미래에셋생명보험, KT&G, 대우건설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4일 보유 중인 자사주 약 6296만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자사주 물량의 약 93%에 해당하며, 금액으로는 약 4,240억원 규모다. 소각이 완료되면 발행주식 수는 약 31.8% 줄어들게 된다. 회사 측은 주당 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우건설도 같은날 이사회 결의를 통해 자사주 471만5000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소각 금액은 약 420억원 수준으로 발행주식의 약 1.13%에 해당한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18일이다.
KT&G도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달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회사는 약 1087만주, 전체 발행주식의 약 9.5%에 달하는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으며 소각 규모는 약 1조950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개정안 이후 가장 상징적인 선제 대응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은 소각 대신 자사주 처분을 택했다. 현대약품은 보유 자사주 586만4302주 가운데 478만주를 약 612억원에 매각했고, 나머지 108만주를 유지하기로 했다. 478만주 중 150만주는 블록딜 매각, 328만주는 제약 3사와 맞교환 방식이다. 신풍제약, 대화제약, 삼일제약 등도 지분 맞교환이나 매각을 통해 자사주를 정리했다.
주가 반응은 소각 방식에 따라 엇갈렸다. 대규모 소각을 결정한 기업들은 주주환원 기대가 부각되며 시장의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반면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지분 재편에 활용한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권 방어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될 경우 자사주를 활용한 기존의 경영권 방어 전략이 크게 제약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어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지분율이 동시에 변동하게 되고,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력 유지 수단도 약화된다.
재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단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지만,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는 경영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기업별 대응 전략에 따라 주가와 투자자 평가의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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