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 클럽 “호르무즈 통과 선박에 전쟁위험보험 중단”

채명석 기자

2026-03-03 14:38:19

선주들 위험, 비용 증가해 선박 운항 부담커져
호르무즈해협 통과 유조선도 ‘0’…사실상 봉쇄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사진=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사진= HD현대중공업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세계 주요 선주상호보험조합(P&I Club, Protection and Indemnity Club)들이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전쟁위험보험 제공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원유운반선(유조선) 선주사들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위험 부담이 커졌다.

이미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에너지 수송은 중단됐으며, 이 지역을 통과하는 유조선도 사실상 한 척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선주상호보험(Korea P&&I Club, KP&I)과 미국의 해운 조선 전문 매체 더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The Maritime Executive) 보도 등에 따르면, KP&I는 이날 회원사들에 보낸 성명을 통해 보험계약 규정 애의 거해 전쟁위험 담보에 대한 7일 전에 취소한다고 통지했다.

KP&I는 “이번 조치는 최근 미국–이란 간 무력 충돌 발생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상태가 현실화됨에 따라 KP&I의 재보험자 포함 전 세계 주요 P&I 재보험자들이 이란 및 페르시아‧아라비아만 인접 해역에 대한 전쟁위험 담보(P&I War Risks Excess of Loss)에 취소 통지(Notice of Cancellation)를 발행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소 담보는 ‘선가 초과 전쟁 P&I 위험(P&I War Risks Excess of Loss)’이며, 취소 시점은 한국표준시 기준으로 2026년 3월 11일 오전 0시부터다.
적용 해역은 ‘이란 및 이란 영해(연안으로부터 12해리 포함)’와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및 인접 수역’이다. 인접 수역은 오만만(Gulf of Oman)을 포함하며, 오만 Cape al-Ḥadd 영해 한계점(22°42.5'N, 59°54.5'E)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이란–파키스탄 국경점(25°10.5'N, 61°37.5'E)을 연결하는 선의 서쪽 해역이다.

단, KP&I가 스탠다드 클럽(Standard Club)과 제휴해 운영하는 대형 선박 및 신조선 대상 P&I 보험 프로그램 ‘KSCM(Korea & Standard Collaboration Mutual)’과, KP&I가 영국 선주상호보험(Britannia P&I)과 제휴해 운영하는 대형 선박 전용 공동 인수 프로그램 ‘KBC(Korea-Britannia Collaboration)’에 가입한 선박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KP&I는 “재보험자들과의 협의를 계속 진행 중이며, 해당 해역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조치(별도 재보험 가입, 담보 복원 등)가 확정되는 대로 별도의 서큘러를 통해 상세히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P&I 클럽은 선박 소유자(선주), 운영자 및 용선자들이 상호 간의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 상호 보험 조직이다. 일반 상업 보험과 달리 선주들이 직접 조합원이 되어 서로를 보험에 들게 하는 ‘상호성(Mutuality)’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P&I 클럽의 주요 특징으로는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거둬들인 분담금(Call)은 오직 사고 보상, 운영비 및 재보험료로만 사용하는 ‘비영리성’ ▲손실이 발생하면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며, 남은 자금은 다음 해 분담금을 줄이거나 적립금으로 환원하는 ‘상호 부조’ ▲주로 선박 운항 중 발생하는 제3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보장하는 ‘제삼자 배상책임 특화’ 등을 들 수 있다.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는 파이낸셜 타임스(FT)를 인용, 전쟁 위험 보험사들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기존에 계약했던 보험을 철회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해당 단거리 항해에 대한 모든 위험이 선주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결정은 P&I 클럽과 재보험사들이 이란의 공격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현재로서는 적절한 보험료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심지어 러시아의 봉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우크라이나행 선박에 부과되었던 선체 가치의 1%와 같은 매우 높은 보험료조차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P&I 클럽인 SKULD(Assuranceforeningen Skuld)는 성명에서 “재보험사들이 전쟁 위험 노출에 대한 의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이미 명백하며, 실질적으로는 재보험사들이 단기간 내에 재보험 인수 능력을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협회는 피보험자들에게 전쟁 위험 보장 계약 해지 통지서를 발송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ULD는 위험 보장 철회는 공지 후 72시간이 지난 5일부터 효력을 발휘하며, 아라비아만과 오만만 전역에 적용된다고 했다. Gard, NorthStandard, London P&I 및 American Club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기본 P&I(선주상호보험), FD&D(선주와 용선자가 선박 운영 중 겪는 용선계약, 선박 매매, 운송 계약 등과 관련된 법적 분쟁 발생 시, 관련 비용을 보장하는 상호 보험) 및 초과 전쟁 위험 보험은 영향을 받지 않지만, 기본 전쟁 위험 보험이 없으면 소유주는 실제 전투 지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작다.

주요 해상보험사인 가드(Gard)도 선주들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전쟁 위험 보험을 복원할 수 있도록 하는 환매 옵션 조건에 대해 협의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원하는 조건을 확정하기 전까지는 보험 복원을 제공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지역에서 운항하려는 선주들에게 추가적인 위험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또 다른 징후는. 국제운수노조(ITF)와 공동협상그룹(JNG)이 호르무즈해협과 주변 해역을 공식적인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해 해당 지역 선원들에게 추가 수당과 특정 추가 권리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선주들은 국제해저방위체계(ISPS) 3단계로 보안 대비 태세를 강화할 것을 권고받았다.

새롭게 지정된 전쟁 작전 지역(IBF 고위험 지역)에서 승무원에게 제공되는 혜택 목록엔 ▲해당 구역에 머무는 기간 동안 기본임금과 동일한 금액의 보너스 지급 ▲사망 및 장애 시 두 배의 보상금 지급 ▲회사 비용으로 본국 송환 및 두 달 치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승선 거부권 등이 포함돼 있다.

선주들은 떠안은 물리적, 재정적 위험이 누적되어 결국 운항이 중단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해양 데이터 컨설팅 업체 윈드워드(Windward)에 따르면, 3월2일(현지시간) 늦은 밤 기준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은 단 한 척도 없었다.

윈드워드는 성명에서 “(호르무즈)해협은 기술적으로는 개방되어 있지만, 상업용 유조선의 통행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밝혔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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