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사건의 핵심 쟁점은 투약 사실 그 자체보다 진술의 신빙성에 있다. 법원은 피의자가 마약경찰출석 당시 행한 첫 진술과 이후 검찰 조사, 공판 과정에서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이를 반성 없는 태도이자 증거 인멸의 시도로 간주한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된 텔레그램 메시지나 가상자산 송금 내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출석 조사에서 이를 부인할 경우, 재판부는 이를 파렴치한 범죄 은폐 시도로 판단하여 양형 기준의 상한선을 적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수사기관은 마약경찰출석 시 간이 시약 검사를 권고하며 피의자를 압박한다. 대법원 판례는 모발이나 소변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구매 정황을 뒷받침하는 간접 증거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경우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알지 못하는 피의자가 "검사 결과가 음성이니 안전하다"고 오판하여 성급하게 출석했다가 수사관이 제시하는 CCTV, 동석자 진술 정황 증거 등에 밀려 자백에 이르는 사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의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물증의 존재 여부만큼 그 물증이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될지를 예측하는 안목이 중요하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피의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마약경찰출석 현장의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이러한 기본권을 온전히 행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심리적 위축을 이용해 자백 시 선처라는 비공식적 제안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수사 기법일 뿐이다. 따라서 첫 조사 단계에서부터 전문가를 동반하여 수사 절차의 위법성을 감시하고 진술의 수위를 조절하는 등 실질적인 방어권 행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서 축적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마약 사건은 '과학'의 영역인 동시에 '심리'의 영역이다. 마약경찰출석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이미 수사기관은 당신에 대한 상당 수준의 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사관은 이미 정답을 알고 질문을 던지며 당신의 답변이 물증과 어긋나는 순간 구속 영장을 청구할 명분을 쌓는다. 따라서 경찰 조사 과정을 단순한 질의응답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원화 대표변호사는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사실 고백이 아니라 법리적으로 타당한 소명이다. 무분별한 자백은 선처의 열쇠가 아니라 유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될 뿐이므로, 경찰 조사를 받기 전부터 수사기관이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 목록을 역산하여 진술의 범위를 확정하는 등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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