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인등강제추행 사건에서 유무죄를 결정짓는 요소는 '군 조직의 특수성'이다. 일반적인 사회에서의 신체 접촉이 폭행이나 협박의 직접적 유무를 따진다면 군 내부에서는 상명하복의 위계 질서 그 자체가 이미 강력한 위력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 판례의 흐름을 살펴봐도 가해자가 평소 피해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면 아주 찰나의 접촉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하여 혐의를 인정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통상 강제추행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범죄로 분류된다. 그러나 군이라는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공간에서의 추행은 단순히 개인의 성적 피해를 넘어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국방력 약화 행위다.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군의 전투력이라는 두 가지 법익을 모두 침해하기 때문에 군인등강제추행의 처벌이 일반 강제추행에 비해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군형법 제92조의3에 따르면 군인등강제추행이 인정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한편, 군인등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피의자는 형사 처벌 이후에 징계 절차를 마주하게 된다. 군인사법 및 군인·군무원 징계 업무 지침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는 이른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적용되어, 형사 재판 결과와 별개로 해임이나 파면 등 배제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평생을 바쳐온 군인으로서의 신분 박탈은 물론, 명예퇴직 수당 및 연금 수급권에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또한 수사 단계에서 구속 수사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증거 인멸이나 부대 내 2차 가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영장 청구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법 개정에 따라 군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경우, 민간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관할한다. 이러한 변화는 영내에 머무는 시간이 긴 직업군인들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공군 군사법원장을 지낸 로엘 법무법인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군인등강제추행 판결의 향방은 '위력의 행사 여부'를 어떻게 법리적으로 소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사건 당시의 물리적 압박뿐만 아니라 평소 부대 내에서의 지휘 관계와 심리적 압박까지 강제성의 범주에 포함하기 때문에 직접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 해도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상진 대표변호사는 “군인등강제추행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이며 군사법 분야의 깊은 통찰력을 보유한 조력자를 통해 수사 초기 단계에서부터 사건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감정적 호소는 혐의를 벗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성적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할 객관적 정황과 부대 내 평판,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등을 바탕으로 탄탄한 법리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황인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hi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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