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중소·중견기업 회원사, 정관 개정안 의결에 불만 '폭발'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풀무원 총괄 대표인 이효율 협회장의 임기 종료 후 공석이었던 협회장 자리를 놓고 박진선 샘표 대표와 황종현 SPC대표가 출사표를 던지며 사상 첫 경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협회는 단독 후보가 출마해 왔다. 출범 55년 만에 첫 복수 후보 출마에 따른 열띤 경쟁이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의 사망 사고로 인해 황 대표는 '후보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경선은 무산됐다.
따라서 업계에선 큰 문제가 없다면 박 대표가 제23대 회장으로 공식 추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 중소기업 대표 출마 막는 이사회 추천제?…"자천도 가능해"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협회는 최근 임시 총회를 열고 회장 선출과 관련한 정관을 개정했다. 개정된 정관에는 '회장의 경우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 선출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처럼 협회가 정관을 개정한 것은 전례 없는 복수 후보의 경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은 내놓는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불거졌다. 192개 회원사 중 일부는 '직접 투표' 방식을 주장한 데 반해 '이사회 추전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립했고 이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네달 가량 선출 단계가 지체됐다.
협회는 최종적으로 '이사회 추천제' 방식을 선택했고, 지난 4일 열린 총회를 통해 해당 개정안을 가결했다. 그러나 협회 이사회 구성 인물 25명 중 22명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식품 대기업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논란을 가속화시켰다.
예컨대 중소·중견 회원사들은 이 같은 이사회 구조를 두고 대기업들의 과반 찬성을 받지 못하면 협회장에 출마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정관 개정안이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두 후보의 경합을 두고 선출 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최근 황 대표가 사퇴 의사를 전하며 사실상 경합은 무산됐기 때문이다.
협회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협회 측은 "이사 중 한 명의 추천만 받아도 후보가 될 수 있을 뿐더러 자천도 가능하기 때문에 박 대표를 비롯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출마 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의 사퇴와 별개로 다음 회장단 선출을 위해서 회장 선출 구조 마련을 위한 정관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소·중견 회원사들은 협회 측의 해명에 '말장난'이라고 반박했다. 협회 회원사 관계자는 "한 명의 추천, 자천 등은 말 그대로 추천만 가능할 뿐 후보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이사회 과반수가 찬성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장난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는 "협회는 55년간 단일 후보 추대 형식을 취해왔고, 이미 한 후보의 자진 사퇴로 박 대표가 단일 후보로 남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개정안을 강행하는 것은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중견 회원사들은 최근 총회에서 진행된 정관 개정 절차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협회는 지난 4일 임시 총회 출석 기업(위임장을 보낸 기업 포함) 113곳 중 3분의 2 이상인 76곳이 찬성해 정관 개정이 가결됐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 중소·중견 회원사들은 가결 요건인 △전체 169개 회원사 중 113개사 이상 출석 △출석 회원 중 2/3 이상 찬성이 정확히 충족된 것에 대해 해당 내용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집계된 것인지 확인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협회는 회원사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해당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 회원사 관계자는 "이번 총회에 앞서 정관 개정에 반대 의사를 문서로 밝힌 회원사가 70여 곳 이상인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협회가 거부했다"라고 말했다.
◆ "회장 선출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존재"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박 대표의 협회장 선임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의견이 주도적이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협회는 이달 셋째 주에 임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당 임시 총회에서 정관 개정안에 따라 이사회의 회장 후보 추천이 있을 경우 새로운 후보의 등장으로 회장 선출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소·중견 회원사들은 이러한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몇 달간 회장 자리를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출마 의사를 표시할 후보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명예직이자 무보수로 운영되는 협회장직이 이번 논란 등을 겪으며 사적 이익을 취하는 곳으로 변질될까봐 걱정된다"며 "전문 경영인과 오너 일가는 협회장에 선출됐을 때 차이가 존재한다. 예컨대 오너 경영인은 협회장에 선임된다고 해서 자신의 경영 임기를 연장하는 등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없지만 전문 경영인들의 경우 협회장직을 통해 회사 내 임기 연장이라는 목적을 가질 수 있다"고 첨언했다.
최효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ch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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