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배구연맹 총재 취임과 시점 맞물려...롯데홈쇼핑은 별개 전선 구축
애경산업·동성제약 품은 태광, 승계 포석 시선도

13일 법조계와 업계 등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 5월14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김 대표 해임안이 부결되자 6월10일 서울남부지법에 해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태광산업은 올해 1월14일 롯데홈쇼핑 이사회에서 계열사 내부거래 승인 안건이 부결됐음에도 롯데 계열사와의 거래가 이어졌다며 경영진 책임을 묻고 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의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를 보면 해당 안건인 '이사 등과 회사와의 거래 승인의 건'은 올해 1월14일 이사회에서 부결로 표기돼있다. 반면 정관 변경 안건도 1월27일과 2월10일 두 차례 부결됐고 3월24일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 선임과 이사 거래 승인 안건이 사외이사 1인의 반대에도 가결되는 등 이사회 내 표 대결이 반복됐다.
양사는 혼맥으로 얽혀 있다. 이 회장은 신격호 롯데 창업주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장녀 신유나 씨와 결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의 갈등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2006년 7월 태광산업이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확보했으나 한 달 뒤 롯데쇼핑이 기존 최대주주였던 경방 지분을 인수해 총 지분 53%를 확보하며 경영권을 가져간 것을 시작으로 갈등이 굳어졌다.
태광산업은 이듬해 최대주주 승인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1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며 4년6개월간의 1차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후에도 2023년 양평동 사옥 매입을 둘러싸고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부당지원 의혹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갈등은 올해 3월13일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롯데홈쇼핑은 이사회 구성을 5대4에서 6대3으로 재편하고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현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을 감사위원장으로 하는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했다.
정관 변경 등 특별결의 사항까지 롯데 측 단독 의결이 가능해지면서 태광 측 견제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홈쇼핑 지분 구조는 롯데쇼핑 53.49%, 태광산업 27.99%·대한화섬 10.21%·티시스 6.78% 등 태광 측 합계 44.98%로 격차가 8.5%포인트에 불과하다.재무적으로는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023억원, 영업이익 450억원, 순이익 705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이익 지표가 개선됐다.
최대주주 롯데쇼핑에 대한 배당금도 144억원으로 전년(107억원) 대비 35% 늘었다. 같은 기간 롯데 계열사와의 상품·용역 거래 매출은 202억원, 롯데카드·롯데글로벌로지스 등에 지급한 기타비용은 720억원 규모였다.같은 기간 태광 측 움직임은 M&A로 향했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재무적투자자 뷰티라이프원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애경산업 지분 63.1%를 4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으나 제품 리콜 논란으로 가격이 4475억원으로 조정됐다.
이 중 태광산업이 직접 취득한 지분은 2204억원, 31.56%로 올해 1분기 중 계열 편입을 마쳤다. 동성제약도 그룹 전체로는 1600억원 규모로 인수했으며 태광산업은 유암코 제약산업펀드와 공동 투자해 지분 31.05%(장부금액 300억원)를 취득했다.
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남대문호텔은 2500억원대에 인수했다. 컨테이너선·가스운반선 제조사 케이조선(옛 STX조선) 인수도 5000억~8000억원 규모로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태광그룹 계열사 수는 20개에서 38개로, 공정자산은 8조6680억원에서 11조5560억원으로 각각 1년 새 배 가까이 늘었다. 재계 순위도 59위에서 48위로 11계단 뛰었다.
다만 주력인 태광산업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이 1조7113억원으로 전년(1조8952억원)보다 9.7% 줄고 영업손실도 370억원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1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제약도 지난해 매출 872억원에 영업손실 101억원을 내는 등 인수 계열사의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호진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2011년 1월 약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구속 두 달여 만인 그해 3월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고 6월엔 아예 병보석으로 전환돼, 이후 8년 가까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이른바 '황제보석' 논란을 빚었다. 두 차례 파기환송을 거쳐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3년,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6억원이 확정됐고 재수감돼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회장은 202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으나 오래지 않아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 별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재수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 5월8일 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횡령·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08년부터 2023년까지 계열사에 배우자 등을 허위로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31억여원을 조성했고 태광컨트리클럽 공사비 6억원 대납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으로 7억원 상당의 추가 손실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경영을 총괄해온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도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다. 태광 측은 "김 전 의장이 독단적으로 벌인 일로 이 회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전 의장 측은 "모든 사안이 이 회장의 지시와 승인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해 양측 책임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배우자의 등기이사 등재에 대해서도 태광 측은 "정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보수를 받은 것"이라며 검찰의 허위 등재 판단을 부인하고 있다. 앞서 이 회장 측은 금융위원회가 2022년 12월과 2023년 2월 잇달아 내린 고려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 및 주식처분명령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으나 2023년 10월 1심과 2024년 6월 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다만 태광산업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장은 2024년 10월부터 '고문' 직함을 유지하고 있을 뿐 등기임원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난해 3월 그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할 것을 공식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이 회장은 올해 2월 흥국생명 배구단 구단주를 맡았다. 6월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예정대로 이달 3일 KOVO 총재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9년 7월까지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유무죄를 떠나 연맹 총재의 기소 자체가 프로배구의 대외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보수적인 태광그룹의 특성상 M&A를 통한 신사업 확장 속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회장의 행보는 재계와 체육계를 넘어 선대 창업주가 남긴 공익재단으로도 확장됐다. 일주학술문화재단은 이 회장의 부친인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가 1990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하고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재단이다. 이후 외숙부 이기화(2대), 모친 이선애(3대)까지 오너 일가가 3대 연속 이사장을 지냈으나 2014년부터는 심재혁·허승조·이우진·김민수 등 전문경영인 체제로 12년 넘게 운영돼왔다.
태광그룹은 지난 8일 이 회장을 8대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임기는 8월부터 2년이며 이 회장 본인이 이 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단은 '나무는 숲과 함께 자라야 한다'는 창업주의 경영관에 따라 1991년부터 해외박사 장학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228명에게 297억원을 지원했으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의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철학에 따라 장학생에게 별도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학교법인 일주세화학원, 같은 해 11월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에 잇따라 처음 선임된 데 이어 이번에 일주재단까지 맡으며 그룹 산하 3개 공익재단 수장을 모두 처음으로 겸임하게 됐다.
창업주 일가가 재단을 직접 이끄는 체제로 12년 만에 돌아온 셈이다.일각에서는 애경산업 인수에 활용된 사모펀드 티투프라이빗에쿼티(T2PE)에 이 회장의 자녀 이현준·이한나 씨가 각각 9%씩 지분을 보유한 사실을 들어 3세 승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광산업이 T2PE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