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300조87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31일 발표했다. 매출은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3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년(258조9400억원)대비 16.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조4900억원에서 398.3% 급증했다.
전체적인 실적은 세계적인 반도체 시장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2023년 수준 회복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간 영업이익은 증권가에서 전망한 34조2607억원을 밑돌며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위기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어닝 쇼크(기대 이하 실적)'는 반도체 사업 부진이 예상보다 오래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지목된 4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에 그쳤다. DS부문은 2023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2분기 6조4500억원 흑자를 냈지만, 3분기(3조8600억원) 들어 회복세가 꺾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시스템LSI(설계)·파운드리(생산) 등 전 분야에서 기대 이하 실적을 거뒀다. 메모리는 모바일과 개인용 컴퓨터(PC) 수요 침체와 중국 저가 제품 공세가 이어지며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개발비와 신규 공정 초기 가동(램프 업) 비용 증가도 겹쳤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4분기에만 수조 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됐다.
그 결과 DS부문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에 머물렀다. 반도체 영업이익 선두 자리도 경쟁사인 SK하이닉스(23조4700억원)에 내줬다.
두 회사의 희비는 인공지능(AI) 구동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갈린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여러 고객사에 납품하며 수요 증가에 대응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품질 테스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전반에 걸친 실적 부진을 언제 타개하느냐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망도 좋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모바일·PC용 제품 수요 하락이 예상되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도 어려울 전망이다.
여러 부정적인 전망과 달리 반등이 기대되는 대목도 엿보인다. 우선 메모리 사업에선 HBM 5세대인 'HBM3E' 개선 제품을 1분기 중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2분기부터는 개선 제품 양산을 본격화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
시스템LSI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500'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데 집중한다. 엑시노스 2500은 최근 공개된 '갤럭시 S25' 시리즈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지난해 4분기 시스템LSI사업부의 적자 요인으로 꼽혔다.
파운드리는 AI와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 수주를 확대한다. 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10억분의1m) 양산과 안정화를 통해 고객사를 확보하는 한편, 4나노 공정 HPC 매출 비중을 현재 19% 수준에서 2028년 3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시스템LSI사업부의 엑시노스 2500을 성공적으로 양산한다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 기술·제품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DS부문은 상반기 약세 지속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고용량·고사양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상영 빅데이터뉴스 기자 ssy@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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