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창규 웹케시(053580)그룹 회장이 3일 서울 영등포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조폐공사의 모바일-카드형 온누리상품권 통합 플랫폼 구축 사업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은 모바일·카드형으로 구매 시 10%, 지류형은 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올해부터 개인 월 할인구매 한도가 200만원으로 확대됐다. 전국 은행에서 구매 가능한 지류형과 달리 모바일·카드형은 앱을 통해 즉시 구매할 수 있으며, 선물하기와 기업구매도 가능하다. 유효기간은 5년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지난해 8월 모바일형과 카드형으로 나뉘어 있던 온누리상품권을 통합 운영할 사업자로 한국조폐공사를 낙점했다. 그간 온누리상품권은 웹케시의 자회사 비즈플레이가 모바일형을, KT가 카드형을 각각 맡아왔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준비 부족으로 인해 당초 약속한 내년 1월1일 서비스 개시가 불가능하다고 소진공에 통보했다. 조폐공사가 밝힌 서비스 지연의 주요 원인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미비와 9개 카드사, 13개 밴사와 연동 작업 지연이다. 오는 2025년 1월1일부터 2026년 12월31일까지 운영될 예정으로 사업 규모만 557억원7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소진공은 기존 운영사인 비즈플레이에게 2월 말까지 연장 운영을 요청했다. 비즈플레이와 KT는 설 대목을 앞둔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판단하에 사업 손실에도 불구, 연장에 합의한 바 있다. 이들은 계약 연장을 통해 발행수수료만 받을 뿐, 연장 기간 발생하는 추가 인건비와 운영비용은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간 논란이 된 것은 조폐공사의 기존 사업자의 플랫폼설계도(ERD) 요구다. 조폐공사는 이관 작업에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자들에게 ERD 제출을 요구했다. ERD는 플랫폼의 구조와 데이터 관계를 정의한 핵심 문서로, 경쟁사에 넘기면 기술 유출 위험이 크다. 기존 사업자들은 이관 확인 용도로만 열람하겠다는 확약서를 전제로 ERD 제공을 약속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확약서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석 회장은 "이전에도 다른 업체들과 이관업무를 진행해 봤지만 ERD를 요구하는 건 조폐공사가 처음"이라며 "건물을 관리할 때 이전 건물의 설계서가 왜 필요한가. 조폐공사의 이러한 요구를 보고 이관 업무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 IT전문가 본 3월1일 정상 오픈이 불가능한 4가지 이유
석창규 회장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30년 이상의 경력의 IT 전문가이자 개발자다. 웹케시 그룹의 대부분의 상품에 자신의 손길이 닿았으며, 가상계좌, 기업 자금관리 서비스 등을 최초로 기획했다. 전국 지자체 및 교육기관에서 사용하는 세출 시스템 역시 설계를 담당했으며, 현재도 글로벌 사업 분야에서 직접 설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조폐공사가 △필수 고지 기한 초과 △대용량 데이터 이관 준비 미흡 △운영 플랫폼 필수 테스트 부족 △운영사업자의 필수 과업 누락 등 4가지 이유로 3월1일 정상 오픈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정상 오픈을 위한 필수 고지 기한을 이미 놓쳤다는 설명이다. 석 회장은 "설 명절기간 빈번히 이뤄지는 선물하기와 기업구매의 중단은 최소 60일 전에 고지가 필요한데, 조폐공사는 이미 이 기한을 놓쳤다"며 "1월15일부터는 선물하기와 기업구매가 안되고, 2월15일부터는 일반 구매도 중단되는데 이에 대한 충분한 고지 기간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대용량 이관을 위한 사전 준비와 방법론이 전무하다는 점을 들었다. 석 회장은 "정상적인 사업자 변경 시에는 이관 스펙 확정에만 6~8주가 필요한데, 조폐공사는 아직 분석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 스펙이란 신규사업자의 플랫폼에 맞게 기존사업자에게 수백개의 데이터 이관 요청하는 상호 합의된 항목을 말한다.
아울러 운영 프랫폼 테스트 기간 부족에 대해선 "정상 오픈을 위해서는 최소 3회 이상의 개발계 테스트와 2회 내외의 실제 운영 플랫폼 검증 테스트에 3~4개월이 소요된다"며 "조폐공사는 이관 필수 요소인 이관 스펙 대신, 우리 회사의 핵심 기술 자산인 ERD(플랫폼 설계도)를 요청했을 뿐 아니라, 8만3000개 기업 구매 이관 데이터와 315건의 온누리상품권 정책 반영 등 운영 사업자로서 반드시 수행해야 할 필수 과업들조차 누락했다"고 비판했다.
◆'서울페이' 트라우마 재현될라
특히 석 회장은 2022년 서울페이 사태를 언급하며, 온누리상품권 결제 대란이 재현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당시에도 설 명절을 이유로 2개월 연장했지만, 결제 대란이 6개월이나 지속됐고 이관은 20개월이나 걸렸다.
석 회장은 "당시 서울시민과 소상공인을 위해 20개월간 무상으로 지원했지만, 엄청난 운영비용과 기회손실이라는 치명적인 시간을 보냈다"며 "다시는 재현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폐공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서비스 출시 및 운영이 어려운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포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소상공인과 이용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온누리상품권 사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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