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가 죄?' 한화생명 노조 "사측, 대화 의지 있나" 규탄

노조활동 탄압중단·성실교섭 촉구
3년간 임금 협상 '제자리'…노조 "사측, 교섭 의지 없어"
한화생명 노조 '고소 취하' vs 사측 '사과 먼저'…평행선

양민호 기자

2024-09-27 18:09:06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가 27일 열린 한화그룹 앞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노조활동 탄압 중단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양민호 기자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가 27일 열린 한화그룹 앞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노조활동 탄압 중단 성실교섭 촉구 기자회견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양민호 기자
[빅데이터뉴스 양민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화생명지회(이하 한화생명지회)가 사측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투쟁을 선포,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27일 한화생명지회는 서울 중구 한화생명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3년째 이어지는 교섭 지연과 노조 활동 방해, 부당한 고소·고발 등을 강력히 비판하며 사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화생명지회 관계자는 "사측이 정당한 노조 활동을 '영업방해'로 규정하고 고소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측의 이러한 행위가 협상을 중단시키기 위한 빌미를 찾고 있다"고 사측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한화생명지회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7월11일까지 43차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수수료)협약은 협의 완료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임금 및 단체협약 관련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5월17일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발생한 노조 지회장의 '영업 방해' 사건을 빌미로 회사 측이 김태은 한화생명지회 지회장을 형사 고소하고, 이를 교섭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일산 킨텍스에서 2023년 한해 우수한 영업 실적을 기록한 1500명의 FP(재무설계사)와 영업관리자를 대상으로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노조 측에 따르면 당시 한화생명지회는 '한 해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연도대상 수상을 보험설계사 노동조합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는 축하 현수막을 걸고 행사장 펜스 밖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김 지회장은 수상자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네기 위해 행사장 밖 주차장에 들어갔으나, 사측이 이를 막아섰다고 전했다.

한화생명은 이를 영업 방해로 간주하고 결룩 김 지회장을 형사 고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 측은 단지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축하하고 싶었을 뿐인데, 회사 측이 과도하게 대응했다는 주장이다.

김 지회장은 "당연히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을 추가하고 무엇보다 축하해야 마땅한 자리이기에 갔다"며 "축하 현수막을 걸고 축하 인사를 건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행사장 주차장에 들어간 것만으로 고소를 당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사측은 노조 활동에 대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업무방해' 딱지를 붙여 탄압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노조 활동 방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본사. ⓒ 빅데이터뉴스DB
한화그룹 본사. ⓒ 빅데이터뉴스DB
이에 노조 측은 7월11일 43차 교섭 자리에서 사측이 노조의 유감 표명이 있을 경우 고소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것과 일차적으로 경찰의 출석 유예를 조율해 보겠다고 답변을 해왔고, 이에 노조는 같은달 19일 유감을 표명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는 지난 7월23일 공문을 통해 수사기관 출석 일시 조정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내용과 함께 고소 취하를 위해 노조의 명시적인 사과 의사 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는 이에 대해 교섭위원이기도 한 지회장을 고소하는 것은 성실한 교섭을 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강력한 항의와 고소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은 "본교섭을 시작한 지 3년, 처음 교섭을 시작한 지부터 따지면 4년째"라며 "4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측이 교섭을 회피하며 지회장에게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등 터무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사무금융노조 일반사무업종본부 본부장도 "사측이 노조를 혐오와 통제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신뢰 훼손, 업무방해, 명예훼손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노조를 대화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현재 교섭위원을 교체하고 성실한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은 지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소한 일로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교섭을 중단하는 것은 진정으로 교섭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든다"며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어떤 어려움에도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회사는 노조에게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서면으로 제출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응하지 않았다"며 "노조가 먼저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민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ym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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