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죄, 행사된 위력과 간음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이병학 기자

2024-05-09 15:08:23

사진=백서준 변호사
사진=백서준 변호사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년 여성 폭력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평생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비율은 38.6%로 조사됐다. 특히 2021년 경찰에 신고, 고소 등을 통해 보고되거나 경찰이 직접 인지하여 형사 입건된 성폭력 범죄 사건은 총 3만 9,509건으로, 전년(3만 8,629건) 대비 2.3% 증가했다. 2014년부터 성폭력 범죄 중 해마다 가장 높은 비율(지난해 51.3%)을 차지하는 범죄는 강간·강제추행이다.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교제 폭력 범죄도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범죄로 경찰에 붙잡힌 가해자 수는 2021년 1만 554명으로 전년(8,982명)보다 17.5% 늘었다. 이 범죄 유형 가운데 70% 이상이 폭행·상해였다. 교제 폭력 심각성은 앞선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여가부가 2021년 9~10월 전국 19살 이상 여성 7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8월 공개한 ‘2021 여성 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여성 폭력 피해를 평생에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4.9%(2,446명)였다. 여기에서 가해자가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 연인인 경우(1,124명)를 따로 가려내면, 여성 폭력을 경험한 피해자의 46.0%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폭력 피해를 보았다.

한편, 성폭력 범죄자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이는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성폭력 범죄자 기소율은 전년(44.5%) 대비 4.7% 포인트 늘었지만 49.2%에 그쳤다.

우선 형법 제297조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미성년자·심신미약자에게 위계와 위력을 사용하여 간음한 미성년자 위계·위력 간음, 업무상 보호 관계를 이용하여 간음한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가 성립된다.

친족관계에서 발생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등이 있다. 성범죄와 관련하여 형법과 기타 특별법이 중첩으로 적용되어 우선순위가 논란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가장 엄격한 법정형이 규정된 법률조항을 적용한다.

특히 성범죄의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인 경우, 형법에도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제305조)이 규정되어 있으나, 가중처벌을 규정한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한다.

강간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간음하는 행위이다. 간음은 성기를 삽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본죄의 실행 착수 시기는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해 강제로 인정되는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한 때이다.

간음하기 위한 폭행과 협박이 강제에 해당한다면, 폭행이나 협박에서 간음으로 나아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 해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된다.

폭행·협박과 간음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므로, 폭행·협박이 반드시 간음행위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강제적인 유형력의 행사가 완전하게 사라진 후에 간음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강간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위 사진들을 올리고 매일 사진을 보내야 한다고 협박하여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청소년인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 공소외 1(가명)에 대한 범행의 수사가 개시되자 겁을 먹음으로써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판단에는 협박에 의한 강간죄 및 위력에 의한 간음죄의 실행의 착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피해자가 협박에 못 이겨 피고인과 접촉하기에 이른 이상 피해자가 성관계를 결심하기만 하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의 간음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라면서 강간죄의 실행 착수가 인정되므로 미수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도16466 판결 참조)

이에 오엔 법률 사무소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실무적으로 강간죄 사건의 경우, 폭행 또는 강도, 특수 협박, 모욕죄 등 다른 형사 범죄와 동시에 의율 될 수 있다. 한편 상대 측에서 역고소를 하는 경우 소송은 장기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제반 증거 및 목격자의 진술을 통해 성범죄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관건이다”고 전했다.

백서준 대표 변호사는 “강간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진술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보통 성범죄 사건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하거나 목격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사건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억울한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인의 적법한 법률 조력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오래 흘러 뒤늦게 사건이 접수되거나 양측의 진술이 다를 경우, 형사 전문 변호사의 체계적인 조력을 통해 정확한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lb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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