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교황의 ‘기후재앙’ 경고에 해결책 제시한 빌 게이츠

2021-03-09 08:58:45

사진 = 남영진
사진 = 남영진
미국의 이상한파 소식이 좀 의외였다. 코로나19로 50만 명이 죽어나가는 팬데믹 대처에도 선진국인 미국이라 이해가 안 된 터였다. 아무리 매서추세츠주 뉴욕시 시카고시 등지에 1미터이상의 눈이 쌓여도 60여명의 사망자가 나온 게 상상이 안됐다. 그것도 사막기후인 텍사스에서도 20여명 추위로 죽었다. 이상기후의 위력을 실감했다.

변화무쌍했던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이 세계 100여 개국이 맺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할 때부터 잘못됐다. 이상기후의 주범이라는 석탄발전, 가축공장의 가스와 분뇨, 비행기와 자동차 배기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기후대응에 시큰둥하다. 우리나라도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대통령이 탄소제로 정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이상난동이니 강력태풍 빈발 등의 뉴스가 자주 나온다. 삼한사온이라는 겨울기후의 특징이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로 바뀌었다는 농담도 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19세기 초 영국의 산업혁명이후 시작된 탄소배출로 지난 100년간 지구의 평균온도가 1도 정도 올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겨울철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25도 정도까지 벌어질 정도인데 이까짓 쯤이야 인간이 버티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줄 알았다.

의사친구에게 물어봤다. 기온이 1도정도 오르는 게 크게 위험하냐고. 의사의 대답은 ‘큰 일’이라며 단호했다. 외부온도가 1도 올라가는 건 별거 아니지만 우리 체온이 1도가 오른다고 생각하면 모든 의료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온동물인 인간은 지구 탄생이후 지금까지 빙하기, 간빙기를 거쳐 36.5도라는 평균체온을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이게 서서히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이번 텍사스 추위에 많은 사망자기 나왔다는 뉴스도 충격적이지만 텍사스남부 멕시코만의 바다거북 구조는 안타까웠다. 수온이 차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파도 위를 떠도는 바다거북들. 변온동물인 파충류라 몸이 차가워지면 움직임이 둔해진다. 민물파충류인 이구아나가 칠레 앞바다 태평양상의 갈라파고스까지 표류해 살아남았다. 그런데 남극 쪽에서 올라오는 한류 때문에 아침에는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고 햇볕을 쬔 후 몸을 덥힌다. 오후에야 바다 속에 들어가 해초를 뜯어먹는 영상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뱀도 마찬가지다. 겨울 동면을 하고 경칩 때쯤 개구리와 함께 밖으로 나오지만 처음에는 추워서 꼼짝 못한다. 양지 바른 곳에 똬리를 틀고 햇볕을 받아 몸을 덥혀야 개구리나 쥐를 잡아먹으러 움직인다. 한여름 골프를 치다 풀숲에 공을 찾으러 들어가면 뱀을 만나는 때가 있다. 뱀도 더워서 나무그늘에 몸을 식히다 사람에 놀라 도망가는 모습을 본다. 공룡100만년이 운석의 충돌이나 화산폭발로 태양을 가려 ‘겨울지구’로 인해 멸종됐다는 가설이 실감난다.

빌 게이츠(Bill Gates)가 이 기후재앙에 맞서 ‘당장 탄소배출을 그만들 것’을 경고했다. 그는 지난10년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당대 가장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과 노력을 쏟고 있다. 최근 기후 변화를 다룬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김영사, 2021)을 출간했다. 그는 재산 1000억 달러 이상의 세계 둘째 거부다.

부인 멜린다와 함께 세운 빌&멀린다 재단 공동이사장으로서 그는 파리기후변화협약대로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제로화를 이루기 위해서 녹색 혁신을 하자는 거다. 빌 게이츠는 혁신적 엔지니어이자 실용적 환경주의자다. 지난 10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한 끝에 기후재앙을 극복하는 해법이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그간 대학교수나 환경론자들의 ‘기후재앙의 위기’를 경고하는 수준과는 다르다.

첫째, 매년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510억 톤을 2050년 선진국부터 ‘순 제로net zero’로 만들 것. 510억톤중 전기 27% 138억톤, 제조업에서 31% 158억,톤 가축 기르는 것에서 19% 97억톤, 자동차 비행기 등 이동 수단에서 16% 81억톤, 냉, 난방시설에서 7% 36억톤이 나온다. 이를 탄소제로 수준으로 강력 실천하지 않고는 재앙을 맞는다는 것이다.

둘째, 탄소 문명을 청정에너지 문명으로 바꿀 ‘기술-정책-시장구조’를 만들 것. 성장과 지구가 양립 가능한 계획을 위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공학, 정치학, 경제학, 재무학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해 발견한 유일한 솔루션과 실현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특히 화석연료를 원자력으로 바꾸자는 제안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안전한 원자로와 방사능폐기물 처리시설을 처리기술을 집중 개발하자는 것이다.

2021년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국가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하는 신 기후체제가 출범하는 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신 기후체제에 동참할 의지를 밝혔다. 어느덧 1년 넘게 세계를 잠식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근본 원인이 기후위기라는 보고 있다. ‘이상기후변화’라는 말을 ‘기후재앙’ ‘기후비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로마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미 2115년 <찬미받으소서 LAUDATO SI>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하느님이 주신 선물인 이 지구를 인간이 마구 착취해 기상이변이 오고 식수오염과 생물멸종으로 인한 다양성 위기 등 큰 재앙을 맞고 있다는 경고다. 천주교신자인 부인 멜린다의 권유로 가톨릭영세를 받은 빌 게이츠가 교황청의 간곡한 호소에 호응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가톨릭 신자인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 문재인대통령도 적극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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