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변호사 “몰래카메라, 씻을 수 없는 상처 주는 성범죄… 처벌 피할 수 없어”

이병학 기자

2020-09-04 17:30:00

성범죄변호사 “몰래카메라, 씻을 수 없는 상처 주는 성범죄… 처벌 피할 수 없어”
[빅데이터뉴스 이병학 기자] 평소 애인의 동의를 받아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 해도 나체로 잠든 사진을 몰래 촬영한 것은 성범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A씨는 2017년부터 약 1년간 4차례에 걸쳐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나체로 잠든 여자친구의 몸과 얼굴을 촬영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1심 재판부는 평상시 A씨가 여자친구의 신체 부위를 자주 촬영했으며 이를 여자친구도 동의한 점을 고려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의 평소 관계를 고려해보면 A씨가 여자친구의 반대 사실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판단한 셈이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동일한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깨고 이번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평소 여자친구의 묵시적 동의를 구했다고 하지만 당사자가 나체로 잠든 상태에서의 사진 촬영을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평소 촬영한 사진은 특정 신체부위를 대상으로 했으나 잠든 사진은 얼굴까지 모두 드러난 점, 여자친구가 촬영물을 지우라고 수차례 요구한 점, A씨가 여자친구가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촬영한 점 등을 고려해 여자친구가 사진 촬영에 반대한다는 것을 A씨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가 언제든 자신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에 동의했다거나 잠든 상태에서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과거에는 단순한 실수나 호기심으로 여겼던 몰래카메라 범죄가 중대한 성범죄로 인식되며 처벌 가능성도 크게 상승했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카메라 등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할 때 성립하는데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법정형이 대폭 상향됐다.

석률법률사무소에서 성범죄를 전담하는 조인재 대구형사변호사는 “피해자의 고통이 크고 피해가 막심한 데 비해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국민들의 지적이 이어졌으며 정부 당국은 물론 입법부, 사법부까지 한 목소리로 불법촬영 범죄를 좌시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다가 적발된다면 아무리 초범이라 해도 중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몰래카메라 범죄는 직접 촬영을 하지 않았다 해도 성립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은 다른 사람이 불법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유포할 때에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혐의로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게 되면 신상정보등록 등 강력한 보안처분까지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조인재 대구형사전문변호사는 “몰래카메라 범죄는 촬영을 했든 유포를 했든 혐의를 증명할 객관적 증거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따라서 섣불리 혐의를 부인할 경우, 괘씸죄가 더해져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안일하게 대응했다가 일을 키우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보유한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을 구해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병학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