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개헌 시기와 내용을 두고 반발하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합당 이후 선명성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개헌안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 합의가 지연되면 대통령 발의 또는 민주당 독자 발의도 점쳐진다.
민주당은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행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되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야당과 협상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국민·권리당원·국회의원 모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를 당론화했다는 분석이다.
단 야당과 협상 과정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방안을 정하지는 않았다. 한국당이 외치(대통령)와 내치(국무총리)를 분리하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상황에서 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원집정부제도 대통령을 뽑기는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 것을 포함해서 넓게 보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총리 인준 요건을 까다롭게 하는 협상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월 지방선거까지 남은 일정을 감안해 적어도 2월 중순까지 각 당이 개헌안 확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아울러 우 원내대표는 이날 'cpbc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여야 합의가 안되면, 한국당이 끝까지 개헌 동시투표에 반대하면 여당 단독 개헌안이라도 발의할 것인가'라는 질의를 받고 "저희는 해야 된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거듭 강조하며 대통령 권한으로 개헌안을 직접 발의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17석을 가진 한국당이 동의하지 않는 한 어떤 방식으로도 개헌이 불가능한 셈이다.
한국당은 아직 개헌 관련 당론을 확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개헌 대 호헌' 공세, 대통령 개헌안 발의 가능성 대두로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 이달중 개헌 단일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2월 안으로 개헌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면서도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개헌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참 우둔한 짓이다. 동시투표 실시는 개헌에 대한 올바른 자세와 태도가 아니다. 개헌은 국가 체제를 바꾸는 일이기 때문에 기초의원 선거와 맞물릴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력구조, 선거제도 등 개헌 내용도 민주당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권력구조를 두고는 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원하는 민주당과 갈등이 불가피하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사실상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헌법 개정에 있어서도 역시 전매특허인 내로남불이다"고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헌법에 촛불혁명 명시, 토지공개념·경제민주화 강화 등 각론을 두고도 대립이 불가피하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민주적 기본질서'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가 정정한 것을 두고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시장경제 질서의 근본을 허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념 논쟁화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당은 권력구조·선거제도·권력기관 개편 등 쟁점에 대해 '패키지 처리' 방침을 내놓은 바 있어 협상이 지연되면 청와대와 민주당의 개헌 로드맵이 무산될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2일 김동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약속했던 대로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민주당과 입장을 같이 했다.
단 권력구조에 있어서는 "이번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전환해내야 한다"고 입장을 달리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 등 정부의 형태를 말해야 하는데 난데없는 4년 중임제를 말하고 있다"며 "민주당 개헌안은 속임수 개헌안이다"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민주당의 '자유민주주의적 질서' 삭제 논란에 대해 "자유와 평등 둘 다 헌법에서 똑같이 존중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자유를 결코 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정당이든 그걸 함부로 훼손할 수 있는 그런 권리는 없다"고 공세에 나섰다.
김태영 기자 new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