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를 조금 뽑는 것뿐인데 굳이 치료까지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진단을 받을 정도의 발모벽이라면 이미 스스로 멈추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 신경 과민 상태에서 모발을 뽑는 행위 자체로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습관처럼 굳어지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뽑은 자리에 모발이 다시 자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모낭이 지속적인 물리적 자극을 받으면 재생력이 급격히 떨어져, 나중에는 모발이 아예 자라지 않는 영구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발모벽 치료는 두피 자극 요인 제거, 과항진된 교감신경 안정, 두피 재생력과 모낭 기능 회복이라는 세 방향으로 접근한다.
첫째는 두피의 자극 요인을 없애는 것이다. 지루성 두피염으로 인한 가려움과 염증, 과도한 유분과 각질은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두피 환경을 정상화하는 치료를 병행해 가려움과 자극을 줄여준다. 둘째는 과도하게 항진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다만 모든 발모벽이 이전과 같은 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증상을 겪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면 수개월의 집중 치료로 뚜렷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10년 이상 모발을 뽑아온 경우 모낭 자체가 크게 손상돼 재생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오래 방치된 중심부는 회복이 어렵더라도 비교적 최근에 영향을 받은 가장자리 모낭은 살려낼 수 있으므로, 남은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발모벽은 의료기관의 치료와 함께 생활 속 교정도 중요하다. 두피에 진정용 외용제나 세럼을 발라주면 가려움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손이 갔을 때 미끄러지거나 끈적이는 느낌을 통해 '지금 머리를 뽑으려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피젯 스피너나 키캡 장난감 등으로 손을 바쁘게 움직여 충동적으로 머리로 향하는 손의 경로를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발모벽은 의지가 부족해 생기는 습관이 아니라 마음과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로 볼 수 있다. 부끄러워 숨기기보다 병원을 찾아 두피와 모낭 상태를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와 관리를 시작하는 것이 두피 건강과 일상의 평온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글 : 연지영 발머스한의원 수원점 원장
김성민 빅데이터뉴스 기자 ksm@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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