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 3GW 규모 육상용 발전엔진 생산기지 구축, 2028년 본격 가동 목표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도 건립… 시장 규모 2050년 150GW로 성장
1조 원 투입, 사실상 두산에너빌리티 독점인 원전 기기 시장 경쟁 체제로,

발전설비를 단기간에 구축할 수 있는 육상용 발전엔진 공장과 더불어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 건설에 총 1조 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이 촉발한 대량 전력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성장 잠재력이 커진 미래 발전설비 시장에서 기회를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HD현대중공업은 총 1조 722억 원을 투자해 발전엔진 신규 생산기지 구축 및 SMR 제작 전용 공장 건립에 나선다고 10일 공시했다.
먼저, HD현대중공업은 총 8336억 원을 투자해,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3GW기가와트) 규모의 ‘힘센(HiMSEN)엔진’ 신규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신규 생산기지는 약 21만5000㎡(6만5000평)의 부지에 △엔진조립·시운전 공장 △크랭크샤프트 가공 공장 △엔진 블록 주조 공장 등으로 조성되며 내년 1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8년 5월 준공 이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HD현대는 이번 증설을 통해 연간 4GW 규모의 육상 발전엔진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힘센엔진 생산을 거점별로 이원화해 더욱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이뤄질 전망이다.
기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 공장에서는 선박용 힘센엔진 생산에 집중하고, 신규 공장 및 전남 영암의 HD현대엔진에서는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HD현대는 이러한 거점별 이원화를 통한 생산 효율 증대로 선박용 및 육상 발전용 등 전체 힘센엔진의 생산능력이 기존 3GW에서 2030년 7.2GW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 설립에도 2386억 원을 투자한다.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은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내 부지를 활용해 건립되며, 2029년 상반기 완공이 목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출력을 줄이고 주요 설비를 모듈화한 차세대 원전으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탄소 저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SMR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50년 150GW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반해, SMR의 핵심 설비인 주기기의 경우 제조사에 제작·공급이 확정된 물량은 아직 많지 않아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HD현대는 글로벌 SMR 시장 선점을 위해 테라파워와의 협력도 구체화하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8월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 등과 만나 차세대 SMR인 ‘나트륨(Natrium)’ 원자로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공장이 완공되어 SMR 즈기기 셍산을 시작하면, HD현대중공업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이어 원전 관련 주기기를 생산하게 된다. 원전을 비롯한 발전설비 시장은 현대가의 일원이었던 현대양행이 분리독립 해 한라그룹을 출범했다가 1980년 신군부의 중화학 합리화 조치로 한라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공기업 한국중공업으로 설립되었으며, 정부는 1985년 발전설비 일원화 조치에 따라 한국중공업에 발전설비 제작 독점권을 부여해 민간기업의 진출을 막아버렸다.
독점 권한은 1996년 1월 1일부로 해제되어 민간기업의 발전설비 시장 참여를 부분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전략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이유로 원자력 발전설비와 대형 화력 발전설비(75만㎾급 이상) 부문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대기업의 빅딜(사업 구조조정)로 민간기업들은 발전설비 제작 사업을 포기해 자연스럽게 한국중공업의 시장 독점은 2001년 두산그룹에 매각되어 민영화될 때까지 이어졌다.
한국중공업의 민영화로 현대와 삼성 등 민간기업 참여의 길은 다시 열렸으나 이번엔 시장 규모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았다. 특히 원전 주기기 시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신규 투자가 중단되면서 시장이 둔화했고, 이 시장을 오랜 기간 산업을 주도해 온 두산에너빌리티의 아성에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경쟁하기 쉽지 않았다. 법적 독점 조치는 사라졌지만, 시장 차원에서 사실상 독점이 굳어졌고, 이러한 현상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변화는 SMR 시장의 개화로 시작됐다. 기존 원전 설비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의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반면, SMR 기기는 아무도 경험이 없으므로, 같은 출발선에 놓여 있다. 이러면 후발주자도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 HD현대중공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SMR 주기기 제작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것은, 선두 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와 경쟁해 시장 주도 업체가 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AI 시대 새로운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발전엔진과 SMR에 대한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과 8월, 미국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 및 코반에너지그룹과 각각 6271억 원 및 9560억 원 규모의 발전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