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이전에 데이터"…피지컬AI 업계가 입 모은 이유

김다경 기자

2026-06-30 16:09:27

업계 "학습 데이터·표준화 없인 글로벌 경쟁 어려워"
정부 '3M 전략' 발표…현장은 데이터 생태계 구축 요구
"LLM처럼 먼저 충분한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아틀라스가 패스 동작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기아]
아틀라스가 패스 동작을 훈련하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기아]
[빅데이터뉴스 김다경 기자] 정부가 피지컬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에 현장에서는 "예산보다 데이터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승패는 얼마나 많은 로봇을 만들었느냐보다 실제 작업 현장의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표준화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피지컬AI 기업 대표들은 공통적으로 데이터 확보와 표준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글로벌 3강 진입을 목표로 제조업 AI 전환(M.AX), 핵심기술 확보(Master), 양산(Mass Production)을 축으로 한 '3M 전략'을 발표했다.

업계가 데이터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꼽는 이유는 피지컬AI의 학습 방식이 생성형AI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챗GPT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이미 인터넷에 있는 텍스트와 이미지로 학습이 가능하지만 피지컬AI는 학습 재료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 사람이 작업하는 과정처럼 손동작과 시선, 힘의 세기, 작업 순서 등을 반복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기업마다 사용하는 센서와 데이터 형식, 수집 방식이 제각각이라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공동 활용하기 어렵다. 제조 현장의 작업 데이터 역시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돼 외부 공유가 쉽지 않은 만큼 개별 기업이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정부가 데이터 표준과 공동 활용 체계를 먼저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는 "현실에서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강소기업과 대기업, AI 모델 개발사, 컴퓨팅 기업들이 각각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처럼 민간이 연합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윤설 에이로봇 대표도 "기업마다 데이터를 취득하는 방식과 프로토콜이 모두 달라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데이터를 쌀 수매하듯 매입해 공공 데이터센터에 축적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활용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기업들이 데이터 표준화와 협업 생태계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피지컬AI 경쟁 방식이 있다. 글로벌 피지컬AI 경쟁은 이미 휴머노이드 자체의 성능보다 얼마나 많은 양질의 동작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학습시키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데이터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기가팩토리 생산라인에 투입해 제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물리 법칙을 구현한 가상 환경에서 대규모 합성 데이터를 생성해 실제 로봇 학습으로 연결하는 '심투리얼(Sim-to-Real)'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데이터 수집 기지와 휴머노이드 실증센터를 구축해 제조 현장의 작업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축적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방정부가 제조 데이터를 표준화해 모으고 공공 인프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키우면서 데이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피지컬AI 시대에는 데이터가 AI 반도체 못지않은 국가 전략 자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완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피지컬AI에서 데이터는 로봇의 판단과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며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최적의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상황을 데이터로 학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LLM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처럼 피지컬AI 역시 충분한 데이터 축적이 이뤄져야 기술 고도화가 가능하다"며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구축하고 표준화할지가 앞으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경 빅데이터뉴스 기자 dk@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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