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 딥체인지⑥]롯데케미칼, NCC 부담 속 사업 재편 '사활'..."스폐셜티가 살길"

김유승 기자

2026-04-21 16:35:28

롯데케미칼, 첨단·전지소재, 정밀화학, 수소 중심 사업 재편
수익성 낮은 범용 제품 덜어내고 고부가가치 소재 비중 ↑
"스폐셜티는 품목 수천 종 달해 우위 상당기간 유지 가능"
"현재 제공 가능한 제품 기반 신규 산업 분야 진입 병행"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김유승 기자]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이 수년간 이어진 조 단위 적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범용 사업을 과감히 덜어내고 있다. 대신 중국 기업이 추격하기 어려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며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스페셜티 시장은 품목과 분야가 매우 다양한 만큼, 전략적 선택이 뒷받침된다면 비교우위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1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4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스페셜티 소재 분야가 핵심으로 꼽힌다. 최근 사내이사 선임 시에도 첨단소재 출신이 중용되는 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범용 기초화학 매출 비중을 현재 60%에서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이다.

구체적으로, 자회사 롯데엔지니어링플라스틱은 전남 율촌산단에 국내 최대 규모인 연산 50만 톤급 컴파운딩 공장을 구축해 고기능성 소재를 공급할 계획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20만 톤 추가 증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아울러 생산 고도화를 통해 슈퍼엔지니어링플라스틱(SuperEP) 제품군을 확대하고,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우주항공 등 미래 첨단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정밀화학 부문은 고부가 식의약 소재와 반도체 케미칼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전지소재 분야는 AI용 회로박과 하이엔드 전지박 등 고사양 제품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소에너지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합작사 롯데SK에너루트가 울산하이드로젠파워 1호의 상업운전을 시작한 가운데, 연말까지 총 80MW 규모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를 가동해 국내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반면 과잉 공급 상태인 범용 석유화학 설비(NCC)는 지속적으로 정리를 추진하며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이 중요한 이유는 품목이 수천 종에 달해, ‘블루오션’을 선점할 경우 범용 제품과 달리 우위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국은 1960년대 요소 산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 정유, 1980~90년대 석유화학 산업으로 발전해 왔다. 중국은 우리보다 30~40년 늦게 같은 길을 따라온 것으로 결국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도 모두 거쳐왔듯 고부가가치 산업 한 단계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갈수록 품목이 급격히 늘어난다. 범용 제품은 20여 종에 불과하지만, 고부가가치 분야는 수천 종에 이른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와 전자산업용 소재도 향후 핵심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 분야는 일본이 선점하고 한국이 뒤쫓는 형국이지만, 단순한 추격을 넘어선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일본이 이미 장악한 영역을 답습하기보다는 전자소재, 나노소재, AI 반도체용 소재, 첨단 섬유 등 일본이 점유하지 못한 '블루오션'을 발굴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업이 어떤 분야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중국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야 한다. 품목과 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을 잘한다면 비교우위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스페셜티는 결국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엔드유저가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는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있고 국내 기업 간 형성된 공급망과 협력 관계가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요소"라며 "국내 주요 IT 기업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협력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내 기업들의 전략은 기존 일본 등 기존 강점 있는 시장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반도체에만 국한하지 않고 AI 등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현재 산업에서 제공 가능한 스페셜티 제품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신규 분야 진입을 병행하는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강도 사업 재편은 최근 몇 년간 롯데케미칼이 겪은 경영 위기에서 비롯됐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석유화학 시장 점유로 수익률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2022년에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2024년 89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약 9435억원의 손실을 내며 누적 적자는 약 3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부채 규모는 약 13조원이다. 오는 28일 회사채 상환을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만큼 재무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다만 최근 중동발 공급난에 따른 제품 가격 상승으로 단기 실적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투자자 컨퍼런스콜에서 저가 납사 투입 효과와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에 힘입어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나증권도 17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올해 1분기 817억원, 2분기 99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319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244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하나증권은 내다봤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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