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이 말하는 한국의 중공업 정책 ②
중공업 육성 앞서 제철공업 일으킨 건 현명한 결정
주물·주강공업에 특수강·합금산업도 반드시 키워내야

중공업은 어떤 분야건 간에 건설에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철을 생산 원자재로 하고 있고 그 소요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철을 외국에서 수입하게 되면 경쟁력을 잃게 되고, 따라서 절대로 중공업 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포항제철>을 건설할 때도 과연 막대한 투자를 해서 경공업이나 농업에 힘쓰는 것보다 이익이 나겠느냐는 논란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논란은 있었지만 중공업을 일으키려는 마당에 우선 제철공업을 일으키지 않고는 안 된다하는 방향으로 나간 것은 참으로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날 <포항제철>이 국제 경쟁력을 가지게 됨으로써 한국 중공업의 장래는 한층 밝아지게 된 것입니다.
다음으로 중공업 소재의 일부인 주물과 주강공업에 대해 잠깐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중공업에 있어서는 주물과 주강공업이 조강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포항제철>이 가동 중인 철물공장을 위시해서 각종의 주물·주강공장이 널리 산재해 있고 모든 기업들이 국제 경쟁체제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강원산업이 현재 50t 규모의 주강로를 설치하고 있고 한국중기를 비롯해서 <동국제강> <인천제철> 등이 크고 작은 많은 전기로를 설치 중에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늦게 출발했지만 그 분야의 종사자들이 대단한 의욕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나오는 제품들은 가격이나 질에 있어서 세계수준에 이르러 있습니다. 현재 저희 <현대조선>도 대형 유조선을 만드는 데 <강원산업>에서 대부분의 주물품과 주강품을 주문해 쓰고 있습니다. 또한 이 공장들은 국내시장의 수요를 공급하는 동시에 해외시장에 수출도 시작하였습니다. 그 시장은 가깝게는 일본, 동남아로부터 미국에까지 걸쳐 있고 품종에 있어서도 각종 차량, 기계제품, 그리고 방직기계분야에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 공업은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대종(大宗)을 이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삼미사>가 내외자 1억 불을 투자해서 특수강 공장을 창원단지에 건설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이면 시제품을 국제가격으로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 회사의 기술제휴는 구라파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특수강 분야에서도 일본을 추월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다음에 저의 본업인 조선공업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조선공업은 그 역사가 일천(日淺)합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우리는 1만t급 화물선조차 만들 엄두를 못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한국이 세계의 조선업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조선공업국이 될 것이라고 세계의 동 업자들이 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공업은 사실 제철, 주물, 주강, 특수강 등의 분야가 선행되어 발전된 연후에 시작되는 것이 원칙인데 한국에서는 그것이 거꾸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제철과 주물, 주강품은 완전히 국내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외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지금 여러 가지 애로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국의 조선공업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오늘날 세계에서 첨단을 걷고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고 믿습니다. 그 이유는 인력 집약산업인 조선공업을 노동력이 풍부한 우리가 하게되면 선진국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만 같은 나라가 빠른 속도로 우리를 따라온다고 하면 조만간 큰 경쟁자가 될 것입니다. 지금 대만은 정부에 투자하여 100만t 도크를 건설 중에 있습니다. 그들은 일본에 모든 것을 의존해 가지고 대형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도크를 파는 항만공사는 일본의 <가지마> 건설에 의존하고 있고, 조선소를 건설하는 모든 문제는 일본의 <이시가와지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점은 제3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는 중국계 거상들이 고객이 되어서 자기 조국의 배를 사줄 것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제2, 제3의 대형 조선소를 건설하려 하고 있으나 시장 여건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많으 난점이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석유파동 이후 20만t급 초대형 유조선에 대한 시장 수요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또한 일반 벌크 캐리어와 대소 화물선에 대한 수요도 세계적 불경기로 인해 화물 이동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운임이 저하되자 하강 현상이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조선공업에 대하여 여건을 하나씩 예를 들어 보면 하나도 이로운 점이 없습니다. <현대조선>의 경우 현재 철강재는 국내의 <포항제철>에서 3분의 1을 공급받고 3분의 2를 일본에서 충당하고 있으며, 그 외 특수강은 근래 국내의 강원산업 등에서 공급받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양을 수입해 오는 실정입니다. 강철의 경우 일본 제철소가 일본 조선소에 공급하는 가격과 한국 조선소에 공급하는 가격과의 차이는 대략 t당 100불이나 됩니다. 우리가 현재 만들고 있는 26만t급 유조선에는 강재가 대락 3만5000t 정도 들기 때문에 일본 조선소의 배와 비교할 때 강재의 금액차이로만 해서도 17억 원 내지 18억 원 정도나 원가가 더 들어가고 있습니다.
배 한 척에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이 점이 바로 한국 조선공업의 장래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엔진, 보일러, 대형선의 터빈 등도 수입해 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나씩 따져 보면 가능한 것보다도 불가능한 요소가 훨씬 많이 있습니다.
선박은 제품 하나의 가격이 매우 높기 때문에 가령 1만5000t급인 경우에 1000만 불이 넘고 20만t 이상이면 5000만 불, 가스 축압선같은 것은 13만t에 1억5000만 불을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금액을 한국의 조선업자가 장기연불(長旗延拂)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도 큰 문제입니다.
국가 재정이 대형 조선소를 운영할 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고, 또한 공급할 수 있는 자재와 관련 공업 모두가 정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조선공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현대조선>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고 의아심을 가지고 나에게 물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작년 첫해에 <현대조선>이 상당한 결손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조선>이 만들고 있는 배는 조선소를 건설하기 전에 주문받은 것인데 그 후에 철강재를 비롯한 물가가 거의 두 배로 뛰었기 때문에 막대한 결손을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선업계에서는 배를 인도하는 시점의 물가 또는 배의 건조과정에서 생기는 물가의 상승추세를 전문가들이 예상해서 에스컬레이션을 적용시켜 배 값을 계약합니다. 그래서 만약 물가가 전문가들이 인정한 것보다 훨씬 많이 상승했을 때는 조선소가 어려움을 당해야 하고, 상승추세로 인정한 것보다 덜 올라갔을 때는 조선소가 다소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이익이 났느냐고 물어보면 누구든지 대답을 하려 들지 않습니다. 조그만 소매상을 하면서도 밤낮 밑졌다고 하지만 그 가계는 항상 커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 기업이 이익이 많이 난다고 하는 평이 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동시에 너무 결손을 봐서 머지않아 도산될 것이라는 평이 나는 것도 좋지 않은 것입니다. 이익이 많이 나는 것인양 허풍을 떠는 회사처럼 불안정한 회사도 없습니다. 그것은 암암리에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건전한 회사일수록 절대로 이익이 많이 났다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리가 아닌가 저는 생각합니다.
정리=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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