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로 끝난 고로 쇳물로 만든 포스코 코일 철근

채명석 기자

2026-03-05 12:17:29

2023년 시장 진출에 경쟁사들의 거센 반발 맞아
15만t 실수요 시장에 100만t 공급 능력, 과잉 상태
2년 후 계열사 물량만 소화, 시장에 미친 영향 無

포스코가 생산하는 코일 철근. 사진= 포스코
포스코가 생산하는 코일 철근. 사진= 포스코
[빅데이터뉴스 채명석 기자] 벌어지지 않은 결과를 과도하게 예측했다가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2년 전, 포스코의 시장 진출을 놓고 철강업계가 갑론을박을 벌였던 코일 철근을 말한다. 포스코는 처음 계획대로 코일 철근을 생산하고 있다. 공급과잉을 심화한다며 반발했던 업체들은 포스코 코일 철근 제품이 나오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었다.

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포항공장에서 코일 철근을 생산하고 있으며,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포스코이앤씨에 공급하고 있다.

철강재를 납품하는 철강업체는 건설업체와 조선업체 등 수요 업체를 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해 여러 품종의 제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포스코의 코일 철근도 이같은 서비스를 갖추기 위한 가치망 내 거래용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적어서 유통 시장에 풀릴 정도는 아니라는 게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도 포스코가 유통 시장에 판매하지 않고, 계열사 물량으로만 소화하고 있어서 “시장에서의 관심은 멀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없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포스코는 2023년 포항제철소에서 자체 생산한 빌릿을 사용해 코일 철근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철근은 주요 철강재 중 하나이며, 코일 철근은 코일 형태로 둥글게만 제품이다. 막대형 철근 제품과 달리 코일을 풀어 원하는 길이만큼 절단해 사용할 수 있다. 제품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재가 편리해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철강업계가 포스코 시장 진출에 거부감을 가진 것은 한정된 시장 파이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철근은 주요 철강재 중에서도 전통적인 내수 품목으로 건설 부문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해, 매출이 안정적이었다. 진입은 어렵지만 판매망을 뚫으면 고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당시 국내 코일 철근 시장은 동국제강과 대한제강이 양분하고, 제일제강공업이 일부 공급했다. 공급 능력은 약 100만t으로, 동국제강이 55만t 대한제강이 45만t이었다.

반면, 코일 철근 수요 시장 규모는 약 50만t으로 이미 초과 공급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철강업계는 50만t 수요 가운데 실수요는 15만t에 불과하냐고 주장했다. 철근의 ‘지급자재’적 특성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A 철강사가 C 건설사의 공사 현장에 납품할 철강 물량을 수주했다고 하면, A 철강사는 B라는 철근 가공공장과 가공 위탁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B가공공장은 A철강사로부터 물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A철강사가 지급한 철근, 즉 ‘지급자재’를 가공한다. B 가공공장은 협력업체, 또는 하도급업체가 되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지급자재는 A 철강사와 B 가공공장의 위탁계약에 의한 철강사 결정의 지급 물량이기 때문에 시장의 ‘실수요’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코일 철근 연간 수요량 50만t 중 ‘지급자재’ 수요 규모가 35만t으로 약 7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외부 판매’ 시장 규모는 30% 수준인 15만t이라 게 업계의 설명이었다.

이렇듯 공급 능력이 100만t, 수요는 15만t인 코일 철근 시장에 포스코가 들어왔으니 기존 업체들은 바짝 긴장했다.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는 고로에서 쇳물을 뽑는 규모의 생산 체제를 이뤘다는 점이다. 포항제철소에서 나온 쇳물로 만든 반제품 빌릿으로 코일 철근을 만들기 때문에, 전기로로 만든 쇳물로 만든 빌릿을 쓰거나, 외부에서 빌릿을 구매해 생산하는 경쟁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높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포스코가 건설 등 국내 수요산업 시장에서 영향력이 독보적이라는 점도 위협 요소라고 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제품 다변화 측면에서 생산을 시작하되 계열사인 포스코이앤씨 공급에 한정하고 유통 시장에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인 기업은 없었고, 곱지 않은 시선 속에 코일 철근 생산과 공급을 개시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 코일 철근이 시장을 집어삼켰다는 소식보다는. 아직도 생산하고 있는지 모를 만큼 존재감이 희미하다. 저가로 수입된 중국산 저가 코일 철근 때문도 아니었다. 이전부터 중국산 코일 철근의 수입 규모는 미비할 정도였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과는 이렇게 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었고, 업계도 생존을 위해 무슨 수단이라도 강구했어야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라면서, “시장이 너무도 좋지 않아 생존을 위한 버티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경쟁은 사치라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채명석 빅데이터뉴스 기자 cm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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