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1호 발생'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1심 무죄..."경영책임자 아냐"

조재훈 기자

2026-02-10 17:00:21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선고 공판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에 발생한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기소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죄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계 총수가 기소된 첫 사례에 대한 1심 판단으로, 향후 기업 오너의 책임 범위와 경영책임자 판단 기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대한 엄정 대응 기조 속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형사3단독(판사 이영은)은 10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삼표산업 전·현직 임원 2명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 회장은 2022년 1월 29일 삼표산업이 운영하는 경기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 골재 채취장에서 석재 발파 작업 도중 토사가 붕괴돼 근로자 3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해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고’로 꼽힌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정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정 회장이 정례회의에 참석하며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을 보고받았고,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최종적 권한을 행사하는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 회장에 대해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재판 쟁점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 여부인데, 정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현안을 공유한 자리가 안전보건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자리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정례 보고에 참석한 사실과 부문별 임원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내린 사실은 인정이 된다”면서도 “공소사실과 같이 경영 책임자로서 경영상 주요 현안 등을 보고 받거나 사업을 총괄해 결정을 내리는 절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목적에 비춰보면 법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사업장 특성과 규모를 고려해 법과 시행령이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의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하는 경영 책임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경영책임자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라고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전 삼표산업 전·현직 임원 2명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양주사업소에서 안전조치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상태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종신 전 삼표산업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이 내려졌다.

다만 사고 현장에서 직접 근무하며 안전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석분토 야적장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해 작업 시 적절한 안전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직원 3명에게는 금고 1년~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나머지 직원 1명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삼표산업 주식회사에는 벌금 1억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4년이 흘렀다”면서 “이번 사고로 3명이 사망해, 피해자의 손해는 어떠한 방법으로 완전히 회복되기 힘들지만 유족과 원만히 합의해 처벌불원을 밝힌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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