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업’ 껍질 벗은 ‘뉴 두산’...총수 리더십 관심사

7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이번 CES에서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맞춤형 에너지’다. AI 산업의 급팽창으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문제가 전 지구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두산이 보유한 가스터빈, SMR(소형모듈원전), 수소연료전지를 하나로 묶어 시장의 해결사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이번 전시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과 5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380MW급 대형 가스터빈 모형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회장은 “365일 안정적인 가동이 가능한 가스터빈은 AI 시대의 현실적인 에너지원”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여기에 모듈형 설계로 입지 제약이 적은 SMR과 친환경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해, 어떤 환경의 데이터센터에도 최적화된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것이 박 회장의 구상이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했던 ‘피지컬 AI(Physical AI)’를 현장에서 직접 증명했다. 피지컬 AI란 발전기자재, 건설기계, 로봇 등 하드웨어에 AI를 이식해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두산로보틱스가 선보인 ‘스캔앤고’ 기술이 CES 혁신상 2관왕을 차지하며 기술력을 입증하자, 박 회장은 “두산은 방대한 하드웨어 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할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재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현재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가액은 약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미 두산은 2022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인수하며 반도체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번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소재(전자BG)-웨이퍼(SK실트론)-후공정(두산테스나)’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두산은 핵심 계열사 주식 담보 등을 통해 1조7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지주사 자격을 잠시 내려놓으면서까지 실탄을 마련한 것은 반도체를 그룹의 미래 확실한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박 회장의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올해 경영환경을 ‘불확실성의 일상화’로 규정했다. 지정학적 분쟁과 무역 장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리기 위해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을 지속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M&A를 통한 외부 수혈로 체급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박 회장은 “두산이 쌓은 130년 역사의 저력 위에 스타트업과 같은 도전정신을 더해야 한다”며 “AI 경쟁력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에 전 구성원이 AI 활용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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