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려아연 美 로비 전년比 2.5배↑...최윤범 경영권 방어에 회삿돈 ‘펑펑’ 의혹

조재훈 기자

2026-02-06 08:56:34

LG·포스코·CJ 추월...배임 논란 번질까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빅데이터뉴스 조재훈 기자] 고려아연이 지난해 대(對)미국 로비에 약 37억 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액수로, 단일 법인임에도 LG·포스코·CJ 등 국내 주요 그룹보다 관련 지출이 많았다. 최윤범 회장이 영풍·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삿돈 지출을 과도하게 늘린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미국 로비활동공개법(LDA)에 따라 운영되는 로비활동공개 웹사이트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5년 미국 정치권 로비를 위해 로비 업체에 총 253만 달러를 지급했다.

고려아연은 2024년부터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Mercury Public Affairs·MPA)를 로비 업체로 고용해왔으며, 2025년에는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와도 추가 계약했다. 지난해 이들 업체에 지급한 금액은 각각 133만 달러와 120만 달러다.

고려아연의 미국 로비 지출은 국내 주요 그룹을 웃도는 수준까지 늘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고려아연의 미국 로비액은 LG(134만 달러), 포스코(96만 달러), CJ(40만 달러)의 직전해 지출보다 많았다. 일개 법인이 재계 수위권의 그룹들보다 더 많은 비용을 미국 로비에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고려아연의 미국 로비 확대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현지 정치권 네트워크 구축 차원으로 해석된다. MPA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인 수지 와일스(Susie Wiles)가 대표로 몸 담은 바 있으며, 와일스 실장은 고려아연이 새로 계약한 발라드 파트너스에서도 상무이사로 활동했다. 발라드 파트너스의 창립자인 브라이언 발라드(Brian Ballard)는 트럼프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이 미국 로비를 시작한 2024년 이후 회사를 옹호하는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에릭 스왈웰(Eric Swalwell) 미국 하원의원은 광물 공급망을 이유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 국무부에 보냈다. MBK의 고려아연 지분 취득과 관련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가능성과 미국 광물 공급망 리스크를 제기해 온 전직 하원의원 빈 웨버(Vin Weber) 역시 MPA의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 고려아연의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설립 역시 로비의 결과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이를 명분으로 미국 정부가 주주로 참여하는 조인트벤처(JV)에 10.6%의 신주를 발행했다.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 중인 최 회장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면 그에 합당한 ‘절대적 우군’이 필요했고,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에 대응해 핵심광물 내재화를 추진 중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생산 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에 현지 제련소 지분 14.5%를 주당 1센트(14원)에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제공하고, 8조 원 규모 차입에 대해 전액 지급보증까지 섰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핵심광물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협상력을 갖고 있었음에도 미국 정부에 유리한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다”며 “이는 결국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 JV에서 발행되는 신주 약 10%를 우호 지분으로 확보하기 위한 ‘주고받기’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비 비용 외에도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판매관리비 지출이 크게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2024년 4분기부터 2025년 3분기까지 고려아연의 판매관리비 중 광고선전비는 213억원, 지급수수료는 1407억원에 달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 이전인 2023년 2분기~2024년 1분기 기준 광고선전비(44억원), 지급수수료(648억원)와 비교해 무려 각각 483%, 217% 증가한 수치다. B2B 기업임에도 이정도로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늘리는 데 재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통상 광고선전비에는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포함되는데 해당 기간 급증한 광고선전비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정당성을 부각하기 위한 광고·홍보 활동에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며 "지급수수료 역시 자문·용역 및 소송 관련 비용이 포함되는 항목으로,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상당액이 영풍·MBK와의 법률 소송 비용과 분쟁 국면에서 여론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홍보 용역 대가로 집행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처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회삿돈이 적지 않게 투입된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에 대해 지출이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특정 개인의 경영권 방어 목적이었다면 ‘배임성’이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하고 있다.

조재훈 빅데이터뉴스 기자 cjh@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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