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법원은 상속포기를 신고로 하느냐, 협의로 하느냐에 따라 그 사해행위 해당여부를 달리 판단하고 있다.
우선 가정법원에 하는 상속포기는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가 아닌 인적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것이고, 상속포기에 채권자취소권을 적용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며,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는 아니한다는 이유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다29307)고 하는 반면, 상속재산분할협의는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사해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07다29119).
상속의 포기와 구별되는 것으로 ”유증의 포기“가 있다. 유증이란 유언에 의한 증여를 말하는데, 민법 제1074조에 의하면 유증을 받을 자는 유언자의 사망 후에 언제든지 유증을 승인 또는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유증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8다260855).
상속의 포기와 구별하여야 하는 것이 유류분의 포기이다. 유류분은 다른 상속인에 대한 증여나 유증으로 최소한의 상속분도 받지 못한 상속인이 수증자나 수유자를 상대로 그 부족분을 반환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통상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은 그 행사여부가 전적으로 유류분권리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일신전속성을 근거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협의에 의한 상속포기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그 취소의 범위에 대하여 구체적상속분에 미달하는 부분에 한정하는 대법원판례(2000다51797)를 근거로 우리 법원이 유류분의 포기는 사해행위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물론 유류분청구권은 그 권리자가 구체적으로 행사하기 전에는 불확정적 권리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사해행위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류분권리자에게 그 권리행사의 확정적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를 들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경우 등에는 그 유류분반환청구권(채권)이 유효하게 구체적으로 성립되었고, 이러한 유류분권리자가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유류분반환채권을 제3자에게 채권양도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수원지방법원 2019가합15239).
한편, 유류분반환청구권이 채권자취소권에서 피보전권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도 문제가 되는데, 우리 법원은 사해행위 당시에 아직 상속개시(망인의 사망) 전 유류분권인 상태에서는 잠재적 권리로서 피보전권리가 될 수 없으나(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단5094238), 사해행위 당시 이미 상속이 개시되어 유류분청구권을 행사하는 등 그 채권이 성립되어 있는 경우라면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권리가 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 2013나10156).
상속재산분할과 유류분 등 상속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 율샘(대표 허윤규, 김도윤)은 상속재산분할협의 과정에서 상속 뿐만 아니라 유류분과 관련한 권리의 포기는 자칫하면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법적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경호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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