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철의 펀치펀치] 대통령실은 안철수 의원을 당 대표로 밀고 있다

2023-02-07 09:06:15

문인철 위원
문인철 위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3월 8일 열린다. 당 대표 등 지도부를 뽑는 날이다. 한 달 남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뜨겁다. 예비후보가 결정되었다. 지난 6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1월 중순 때만 해도 승부가 싱거울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김기현 의원이 당 대표 지지율 1위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다.

열기가 뜨거워진 것은 시간 탓만은 아니다. 지난달 25일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발표했다. 본인의 의지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한 불출마 해석이 높았다. 이후 판이 달라졌다. 나 전 의원 지지율이 대부분 안철수 의원에게 간 것이다. 나 전 의원에 대한 동정여론이 작용해서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었다. 당시 KBS와 MBC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에서 해임된 것은 대통령보다 나 전 의원 탓이 크다고 보았다. 공직을 맡고서 당 대표 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다.

이런 분위기라면 김기현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 됐어야 했다. ‘어차피 당 대표는 김기현’이라는 의미의 ‘어대현’이 대세를 이끌어야 했다. 대세가 멈췄다. 지난달 말부터 어제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모두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앞서고 있다. 잠시인지 연속일지 아직은 모른다. 지난 31일 유승민 전 의원도 불출마를 발표했다. 유 전 의원의 지지율도 김 의원보다는 안 의원에게 더 많이 쏠렸다. 안 의원에게 유리한 측면이다. 이 또한 일시적일 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안 의원이 계속 상승세다.

안 의원의 상승세에 불을 지핀 것은 대통령실이다. 분명 의도치 않은 결과일 것이다.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한 경우만 보자. 지난 5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국회에서 기자들과 대화다. 안 의원을 겨냥해 “안·윤 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 후보가 동격인가”라며 “대통령을 당 대표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에 대한 직격탄이다. 그런데 바램과는 다르게 안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갔다. 안 의원을 띄어 준 셈이다. 대통령실에서 안 의원을 당 대표로 민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김기현 의원 입장에서는 수월하게 진행되던 판이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역설적으로 김 의원의 가장 큰 경쟁자인 안 의원이 수혜를 입었다. 김 의원이 대통령실을 향해 “당장 멈춰”라고 말하고 싶을 상황이라 하겠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국정평가에 긍정적이다. 평균 85% 내외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지지하는 당 대표 후보를 무조건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김무성 의원보다는 서청원 의원을 노골적으로 밀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전당대회 결과 큰 표 차이로 김무성 의원이 당 대표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당 대표는 대통령의 뜻과 반대로 간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 동정여론이 길지 않을 수 있었다.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에 안철수 의원이 이득을 보는 시간이 짧을 수 있었다. 대통령실의 의도가 너무 성급했다. 안 의원의 지지율 1위를 참지 못하고 너무 몰아세웠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안 의원의 지지율이 강세다.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한 말이 대통령실을 통해 알려졌다.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다”고 했다. “윤핵관은 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 쓸 말은 아니고,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이라고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국정운영의 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또한 안 의원의 지지율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러한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 안 의원을 지지하는 당원들도 국정운영의 적으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자리다. 대통령과 호흡이 가장 잘 맞는 후보가 여당 대표가 되는 것이 중요하기도 하다. 그러나 대통령이 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실에서 만드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당원 및 국민이 선택한다. 지금처럼 과도한 말들이 들어가면 전당대회 성격이 왜곡될 수 있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 혹 국정운영의 적이 당 대표가 된다면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신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통령과 대통령실 스스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국민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도 국민이다. 자꾸 성급히 재촉하면 국민이 이반(離反)할 수 있다. 얼마나 무서운 국민인지는 경험을 통해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다시 한번 상기하길 바란다.

<문인철/빅데이터뉴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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