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눈] 게임 속 ‘욕설’과 ‘패드립’ 어떻게 대처할까

2020-03-11 10:27:39

고형호 / 개포고등학교
고형호 / 개포고등학교
우리 10대들에게 컴퓨터 게임의 인기는 대단하다. 물론 성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청소년들은 게임을 하면서 학업 스트레스도 풀고 정신적인 에네지를 재충전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고 기분이 우울하거나 부모님과 갈등이 생길 때 게임은 친구처럼 위로를 준다. 뿐만 아니라 게임은 사회적 접근성이 높아 그 자체로 대중적인 취미생활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 높은 게임이 우리 10대 청소년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불편하게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바로 일부러 적군에게 죽어주는 일명 '트롤유저'나 욕과 비난을 일삼는 유저들을 마주하게 될 때가 그렇다. 이런 경우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시작한 게임이 되레 더 큰 스트레스로 돌아온다. 실제로 게임 상대의 비상식적인 욕설이나 용어 사용에 언쟁이 발생해 게임 중간에 멈춘 적도 적지 않다. 아마도 사이버 예절을 지키지 않거나 심한 경우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 즐거운 게임을 하는 중에 서슴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과 욕설을 내뱉는 것일까. 게임 유저들은 익명성이 보장된 가상공간이라는 사실 때문에 예절을 안 지키고 법률 위반에 대해서도 경각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게임을 하면서 사용하는 거친 말과 욕설이 법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지식이 없거나 아예 인지가 안 되는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패드립’으로 피해를 봤던 경험자 입장에서 궁금한 점이 많다. 한편으로는 개인적으로 법률적 지식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으로서 게임 할 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상황을 미리 알아두고 싶은 욕구가 많다. 또 나와 같은 이유로 불편을 겪었을 친구들을 위해 유명 변호사의 법률상식 블로거 ‘알기 쉬운 소송 이야기’ 등 법적인 전문가의 유튜브와 네이버 백과사전을 고루 검색했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지만 10대가 알아야 할 정도의 기본적인 법적 지식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거나 채팅창에서 공공연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욕설과 비난은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비슷하면서도 실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모욕죄는 추상적으로 그 사람의 가치를 저하시킨 경우에 죄가 성립된다고 한다.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摘示)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여서 모욕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게임 상에서 이뤄지는 사이버 명예훼손죄는 사실적시일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해 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10대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많이 사용하는 욕설 신조어 일명, ‘패드립’(부모님을 욕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조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게임을 하는 중간에 ’패드립‘으로 부모를 욕하는 경우는 자기가 직접적으로 욕을 먹는 것보다 기분이 훨씬 더 나쁠 수 있다. ‘패드립’을 치는 경우 어느 정도 욕설 수준이 되어야 법적 조치가 가능할지 살펴봤더니 다음과 같았다.

’패드립‘으로 인해 피해를 본 경우 고소를 하려면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처벌이 가능 하다고 한다. 3가지 조건은 공연성, 특정성, 표현 등이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서, 비록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의 요건을 충족한다.

특정성이란, 모욕하는 사람과 욕을 듣게 되는 사람이 정확해야 한다는 의미로 닉네임이나 게임 내 캐릭터를 지칭해도 성립된다고 하니 게임을 하는 사람은 꼭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표현은 어느 누가 보아도 욕설에 해당할 때 성립한다고 한다.

위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하는 경우라도 상황에 따라 다 달라서 간단치가 않다. 예를 들면 “니네 애* 만수무강”이런 패드립은 상대가 나에게 비난을 하려는 의도로 사용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비하하거나 모욕한 것은 아니라면, 처벌에 필요한 세 조건 중 ‘누가 봐도 욕이어야 한다’는 부분에 부합하지 않는다. “니네 애* 오래 만수무강해라”는 처벌이 어렵지만, “니네 애* 뒤졌냐”등의 부모님의 생사여부에 대한 부분이나 성(性)적인 부분을 언급하였을 때는 처벌이 가능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패드립’이 게임 중에 빈번하다고 해도 직접적인 욕설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죄의 성립이 어렵고 처벌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는 씨*, 개**등 전 국민이 모두가 알고 있는 욕설을 채팅창에 쳤을 때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그래서 상대에게 욕을 하고 싶으면 눈치껏 ‘패드립’을 활용(?)하는 것이 게임 유저들의 일반적인 실태다.

이런 까닭에 게임 관련 감독기관에서는 ‘패드립’ 등의 욕설에 대한 제재 범주를 정교하게 더 구체화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적인 규제의 세분화 방안이 마련된다면 욕설이나 ‘패드립’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앞서 게임 유저들의 사이버 예절과 사이버 문화를 위한 노력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고형호 / 개포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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