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 호주의 온라인 성교육, 시드니 맥쿼리大 ‘Consent Matters'에 대해

기사입력 : 2020-02-29 0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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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한국에서의 행복한 대학생활 이면에는 일명 ‘단톡방’ 성희롱,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지는 불법촬영 및 촬영물 유포, 원치 않는 성관계 등 여러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범죄들이 꾸준히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학에서는 성교육이나 관련 강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매우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성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한 호주의 경우는 어떨까? 시드니의 맥쿼리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온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맥쿼리대학교의 성교육에 대해 소개해보고 이를 한국과 비교해보고자 한다.

맥쿼리대학교에서는 ‘Consent Matters’라는 이름의 온라인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는 동양권에 비해 개방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성관계 자체를 금기시하기보다 상호간의 동의하에 건강한 성생활을 할 것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맥쿼리대학교에서는 외국인 학생과 교환학생 모두를 포함한 전체 학생들에게 이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수업 참여에 필수적인 온라인 사이트 ‘i-learn'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이 교육을 이수해야만 하며, 기숙사에 입주하기 전에는 교육 확인증을 제출해야만 최종 입주가 가능하다.

이 교육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마다 3번의 퀴즈가 있다. 또한 일정 점수에 도달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안내 사항에 약 6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던 이 교육은, 선택지가 상당히 구체적이고 그 양이 많은 탓에 필자의 경우에는 약 2시간가량 소요되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성관계 시의 동의(Consent)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어제 동의했더라도 오늘은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꼭 상대의 동의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한다’와 같은 당연하지만 지켜지지 않는 내용들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그 내용을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버튼을 눌러 내용을 확인해야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게 하는 구성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자 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실제 관계 시 어떻게 동의를 구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학생 스스로가 응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성애자가 예시로 등장하기도 하며, 여성이나 남성의 ‘성 고정관념’을 깨는 다양한 예시들이 가득하다.

직접 상황에 따라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구조를 채택해 교육이라기보다는 게임과도 같은 형태를 보인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전체를 복습함과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나 상담이 필요할 시의 대처방안, 그리고 방관자로서의 대응 방향까지도 구체적으로 논하고 있다. 필자가 묵고 있는 기숙사에서는 이웃, 친구, 혹은 행인으로서의 역할이 이러한 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는 추가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상황별로 학생들의 의견 및 경험을 묻고 관련 조언을 해주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한 모든 단계에서 음주 시의 성관계에 대한 언급도 많았다. 맥쿼리대학교에서는 모든 성관계에는 동의와 책임이 따르며, 음주는 절대 면책사유가 되지 않음을 매우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음주 시에는 동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만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음주가 범죄의 면책사유가 되기도 하며, 전 국민을 큰 충격에 빠뜨린 ‘버닝썬 사건’과 수많은 성폭행 범죄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따라서 맥쿼리대학교와 같은 이러한 교육이 한국에서 매우 절실하다. 필자에게는 한국에서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으나 이는 매우 이론적이거나 피상적인 수준에 그쳤다.

지금까지 살펴본 맥쿼리대학의 온라인 성교육 시스템과 같이, 한국의 대학 또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이해도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실제 상황과 유사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적합한 예시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그 과정에서 성평등, 배려와 예의 등의 가치들을 녹여낸다면 학생들의 긍정적인 관계 형성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의 상호존중 및 배려 또한 고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지원,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 맥쿼리대학교 교환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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