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논단] 해리스 미 대사 ‘비외교적’ 발언에 “대사가 총독인가?” 비난, 양국 도움 안 돼

기사입력 : 2020-02-03 14: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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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진 / 행정학박사·한국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한일 지소미아 연장문제, 호르무즈 파병,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남북경협 추진 방향 발표,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 압력 발언 등과 관련해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미 엇박자’ 등, 해리스 대사는 ‘악역’(?)을 자처한 것처럼 보인다. 정통 외교관 출신 대사라면 주재국에 직설적 말보다는 ‘외교적 발언’으로 돌려 표현하는 것이 관례다. 그는 역대 23명의 미국대사 중 유일한 군 출신이다. 해군 제독으로 제24대 미국 태평양 사령관을 지냈다.

“해리스 대사가 한국 총독처럼 행세하고 있다.”라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월 17일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했다. 유 이사장은 정치할 때나 지금이나 ‘은유적 직설법’으로 사태의 정곡을 찌른다.

해리스 대사 1월 7일 KBS와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한 것은 들을만 했다. 1월16일 신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남북협력은 향후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에서 다루는 것이 좋겠다.”라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게 화근이었다.

청화대는 익명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대사가 주재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 “남북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해리스 대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밝혔다. 미국과는 긴밀하게 공조, 협의해 왔고 앞으로도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과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해리스 대사 발언에 청와대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의 최고 중점사업인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구축 노력이 지난해 한미 하노이 정상회담 ‘합의 무산’이 후 답보상태다. 문 대통령은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금강산 개별관광, 남북 철도 연결 등 기존의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궁여지책’을 밝힌 것이다.

이에 해리스 대사가 곧바로 기자 간담회에서 ‘워킹그룹’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자, 민주당 동북아 평화협력 특별 위원장인 송영길 의원과 설훈 최고위원도 “대사가 조선 총독인가” “내정간섭 같은 발언은 동맹 관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도 “해리스 대사는 본인의 발언이 주권국이자 동맹국인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오해를 촉발할 수도 있어 깊이 성찰하기 바란다.”고 공식 논평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남북협력 여부는 한국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유엔 대북 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하려는데 미국대사가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에 대한 경고를 한 것이다. 야당인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도 거들었다. 해리스 대사가 지난해 11월 대사관저로 이 위원장을 초대해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로 증액’을 20여 번 반복해 부탁했다고 폭로했다. 이 위원장은 “대사의 개인 의견인지 본부 훈령인지도 잘 구분이 잘 안 됐다”고도 했다.

해리스 대사의 ‘도를 넘은 발언’은 벌써 몇 번째다. 그는 최근 한미 현안이었던 호르무즈해협 파병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때마다 직설적 발언으로 이미 한국인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터였다. 정부는 올해 들어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를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으로 확대해 미국의 요구를 일단 들어준 셈이 됐다.

‘뜨거운 감자’는 한일 지소미아 연장 건이었다. 우리 대법원이 일본기업에 강제 징용 보상을 하라고 판결하자 일본의 아베정부가 첨단소재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막았다. 우리 정부는 연장거부로 맞서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 해리스 대사는 당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국이 한일 과거사 문제를 안보 영역으로 확대한 데 대해 실망했다”며 한국 정부의 종료 결정을 번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때부터 네티즌 사이에서는 해리스 대사에 대한 비난이 늘기 시작하면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란 일본계 미국인이어서 일본 편을 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아가 콧수염이 일본풍이어서 ‘비호감’이라는 인신공격까지 나돌았다. 대사의 개인 취향인 콧수염까지 ‘디스’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나간 것 같다.

현안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만 남았다. 트럼프 정부도 최근 한국의 국민감정을 감안 한 것인지 고집을 조금 꺾은 듯 보인다. 탄핵사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과 해리스 미 대사의 방위비 발언이 잠잠해졌다. 조선 시대 외교정책인 ‘사대교린’의 딜레마가 이해된다. 우리는 국익을 위해 자제해야 하지만 대국의 ‘무례’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답답하다. <남영진 / 행정학박사·한국지역신문발전위원회 부위원장>

필자 약력

-현(現) 신문발전위원회 사무국장

-한국방송광고공사 감사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 부지부장

-미디어오늘 편집인, 사장

-언론개혁시민연대 대외협력, 재정위원장

-방송위원회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

-제35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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