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회적 갈등과 증오가 남긴 과제

2019-11-05 17:44:03

김정순 위원장
김정순 위원장
가을이 저만치 가고 있다고. 광화문을 지나는 창 밖 은행잎이 노오랗게 말을 걸어온다. 깊어 가는 가을 한 가운데에서 마주치는 건 낭만의 가을 풍광이 아니었다. 가을의 멋진 정취 대신 갈등과 증오가 목격된다.

혹 필자 개인의 감성문제일 수도 있지만 좌파, 우파라는 갈등 조장 언어는 축에도 못 낄 정도로 격렬한 갈등이 감지된다. 요즈음 광화문 광장을 지나면서 늦가을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갈등 지수만 느껴진다. 빅데이터로 분석해보면 갈등지수가 어느 정도의 수치로 나올지 염려스러울 정도다.

운치 넘치는 가을 풍광은 사라지고 증오로 무장된 시위대가 주말 광화문을 점령해 버린 지 오래다. 대규모 시위도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닌 사회 현상이 되고 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으로 비춰지는지 그 요인을 단순하게 잘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국민에게 보여주는 갈등과 증오 표현과 분노 유발에 그 책임이 없다고는 못할 것 같다. 뉴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비춰지는 정치권의 증오의 정도는 이 보다 더할 수는 없을 정도로 심각해 보이니 말이다.

실제로 최근 제 1야당에서는 현직 대통령을 벌거숭이로 만들어 조롱하는 영상은 도가 지나쳐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시키고 있다. 이정도로는 성에 안차는지 나경원 원내 대표는 29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헌법상 대통령으로 존중할 자신이 없다”며 증오와 저주에 가까운 언어로 대통령을 맹 비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증오 넘치는 연설이 어느 정도는 지지 세력 결집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합리적 설득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상실감과 상처를 주는 증오 표현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갈등을 체감하면서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려는데 문득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선보인 다큐 ‘아메리칸팩토리’의 ‘융합’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 다큐는 얼마 전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으며 작품 속 융합 정신이 국제사회에서 세삼 조명을 받고 있다.

다큐 내용은 미국 내 중국 공장 얘기로 국경과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데 융합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분쟁이 난무하는 시기에 오바마 부부가 던진 융합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진영간 갈등만 있을 뿐 융합 정신이 실종 되버린 것 같은 우리 정치 실정에서 더욱 크게 느껴진다.

사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융합이나 통합에 대한 신념은 이 전부터 잘 알려져 있어 세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례로 재임 시절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지는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도 오바마는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국민을 감싸 않은 연설은 유명하다. “우리 미국에는 두 부류의 애국자가 있다. 하나는 이라크 전에 찬성하는 애국자이고, 또 하나는 이라크 전에 반대하는 애국자다.” 대통령의 이 연설은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으로 가는 힘을 발휘했다.

그렇다. 우리 사회에 불어 닥친 최근의 갈등 상황이야말로 오바마 같은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갈등을 치유할 통 큰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러나 합리적 비판이 아닌 원색적 비난과 증오로 포장된 거친 모습이 야당의 역할이라는 구시대 적인 인식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융합 메시지로 여·야가 함께 문제를 풀어내려는 지혜와 협업 마인드가 절실하다.

민주주의에서의 정당 정치를 하려면 필연적으로 정당 간 서로 다른 의견과 조우하게 된다. 우리와 다르다고 무조건 비난하기 보다는 건전한 대립을 통해 통합에 이르는 노력과 그 과정 속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성숙하게 만든다.

갈등과 분노가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니편 내편’ 편을 갈라 진영싸움의 늪에 빠지게 될 때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갈라진 민심을 통해서 갈등과 증오가 우리 사회에 남긴 과제는 무엇인지 엄중한 인식이 필요해 보인다. 다함께 융합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김정순 /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저작권자 © 빅데이터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