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G전자 "1등 LG, 고객감동" 선언…내심은 "2등 LG, 모듈화 우선?"

임경오 기자

2019-08-29 12:13:41

LG전자 V50 ThinQ 모습. 소비자들은 구입후 듀얼스크린없이 이같은 상태로 두달을 보내야 한다.
LG전자 V50 ThinQ 모습. 소비자들은 구입후 듀얼스크린없이 이같은 상태로 두달을 보내야 한다.
[빅데이터뉴스 임경오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에 거주하는 K씨는 KT 대리점에 들러 LG전자 'V50 씽큐(ThinQ)를 계약했다. 당시 KT 상담원은 듀얼스크린을 받으려면 최대 두달이상 소요된다는 것을 얘기하지 않았다. 4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제 듀얼스크린을 받을지 알수없는 상황에서 K씨는 LG전자 제품을 섣불리 선택한 자신의 판단에 대해 후회했다. 듀얼스크린을 받기위해 대기하는 동안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10이 출시되는 것을 보면서 후회는 더 깊어갔다.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신년사에서 품질에 대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진정한 ‘1등 LG’를 추진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조 부회장은 앞서 지난 2016년 7월 글로벌품질경영인 대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는 "고객 만족을 넘어서 고객 감동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천명했다.

1등 LG와 고객 감동을 최우선 모토로 삼았다고 볼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5G스마트폰인 'V50 씽큐(ThinQ) 듀얼스크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듀얼스크린을 받기위해선 두달 넘게 기다려야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결국 듀얼스크린 대란에서 볼수 있듯이 조 부회장은 "1등 LG"와 "고객 감동"을 외쳤지만 내심은 "2등 LG"를 기반으로 "소비자는 뒷전, 모듈화 우선" 전략을 구사했다는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사업에서 삼성전자에 오랫동안 밀려있던 LG전자는 V50 씽큐(ThinQ)를 론칭하면서도 자신들의 사업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2등 LG'가 조 부회장을 비롯 실무자들에게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상태에서 듀얼 스크린의 생산 최소화 전략만을 세운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LG전자는 듀얼스크린 무상 제공 서비스를 계획했으면서도 이처럼 팔릴거라곤 예상을 못할 정도로 철저히 자신들의 사업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즉 이같은 사태는 모든 회사관계자들이 2등 LG 의식에 물들어있었다는 방증으로 결국 생산스케줄을 맞추지 못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두달 넘게 기다리게 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진 셈이다.

조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스마트폰사업에서 적자폭을 줄이고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해 ‘모듈화 전략’ 적극 도입을 선언했다.

결과적으로 고객 감동보다는 적자를 줄이기위한 모듈화전략으로 인해 안팔릴지도 모르는 V50의 듀얼스크린 생산 계획을 느긋하게 잡아놓으면서 수많은 소비자들이 두달이상을 기다리는 참담함을 맛보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최근 "듀얼 스크린 주문량이 급증해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고 공지함으로써 소비자들은 V50을 구매할때 듀얼스크린을 언제 받을지 알수가 없는 상황이 출시 수개월후에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건값 비싼 편의점 1만원 상품권만 한장 달랑 보내고 고객감동을 실현했다고 보는가.

스마트폰은 유난히 라이프사이클이 짧다. 진짜 수개월이면 첨단제품이 구형제품으로 변해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LG전자 V50을 기다리는 동안 소비자들은 경쟁사들의 새 제품 출시를 바라보면서 새 제품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헌 제품이 돼버리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보도에 지난 6월 구입한 소비자는 배송일이 최대 72일이 소요됐다. 즉 새 제품 가격을 치르고도 제대로 된 새 제품을 써보지 못한채 헌 제품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란은 5세대(5G) 가입자 유치가 미래 수익과 직결되는 이동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적극 지원하면서 V50 씽큐의 판매가 급증한 데 따른다.

K씨는 "LG전자는 V50이 예상보다 많이 팔려서 생산이 공급을 못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애초에 똑같은 물량을 생산했으면 이런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결국 2등 LG에 의식 기반을 둔 모듈화 전략이 이같은 대란의 근본 원인"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LG전자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공지된 기간배송 기간은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혀 있다"며 "때문에 생각보다 일찍 듀얼스크린을 받아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40여일을 기다려온 소비자에겐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올뿐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태의 한 원인으로 V50 씽큐 판매 호조와 별개로 LG전자가 듀얼 스크린 무상 증정 프로모션 기간을 기존 6월에서 7월, 8월로 총 세 차례 연장한 데 있다고 한다. 결국 자사 매출 확대를 위해서 조 부회장이 천명한 "고객 감동"까지도 희생된 것이다.

물론 듀얼스크린이 없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고, 사은품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그냥 쓰고 있다는 소비자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소비자들은 개통과정에서 충분히 공지가 되지 않아 계약후 두달이상 걸린다는 걸 알고 황당해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끝으로 조성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한 박람회에서 이같은 말을 했다.

"가전 사업 글로벌 1등 회사'의 의미는 소비자가 '저 제품을 갖고 싶다'는 열망을 품게 만드는 회사다."

임경오 / 빅데이터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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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오 빅데이터뉴스 기자 new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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