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알파고는 이세돌에게 일부러 져줬을까

기사입력 : 2017-09-11 1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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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 저장성에서 진행된 알파고와 커제 구단의 바둑 대국은 알파고의 전승으로 끝났다. ‘바둑의 미래 서밋’이란 이름이 붙은 이 이벤트는 지난 2016년 3월 이세돌 구단이 참여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결과를 재차 확인시켜줬다. 인간이 적어도 바둑의 영역에서는 인공지능을 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한국의 한 IT 전문가는 지난해 이세돌 구단의 4국 승리조차 구글이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이세돌 구단 역시 커제 구단 대국 이후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아마도 한집 반 정도를 이기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을 했다.

내 경우엔 기술적인 측면과 바둑 양쪽으로 해박하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의 설명과 주어진 맥락적 지식을 살펴보다 보면 위의 주장들에 동의하기는 힘들다. 알파고는 승패를 기준으로만 판단하며, 한수 한수마다 특유의 방식대로 계산을 하여 최적의 수를 찾아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 특성 때문에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두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된다. 알파고에겐 크게 이기는 것과 근소하게 이기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의 함의를 좀 더 숙고한다면 이렇다. 구글은 알파고가 학습하는 방식을 설계한 것이지만, 알파고가 ‘바둑을 왜 그렇게 두는지는’ 모른다. 실제로 이세돌 구단과의 이벤트 때에도 구글 측은 바둑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프로기사들이 이세돌 구단이나 알파고의 다음수를 적절하게 예측했을 경우 ‘그런게 어떻게 가능하냐’면서 신기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승리를 +1, 패배를 -1로 판단하는 프로그램에게 “4국은 그럴듯하게 집시다”라고 요구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인간들이 불쾌해하지 않도록 약간의 차이로 집시다”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이지 인공지능의 방식이 아니다.

구글이 갑자기 게임에 개입해서 몇 수를 바꾼 후 다시 알파고에게 게임을 맡겼단 식으로 음모론을 수정해봐도 마찬가지다. 구글이 인공지능으로 벌이려는 사업은 바둑 교육 사업이 아니다. 바둑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특히 이세돌에게 패배한 것은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 중국 기자에게서 의료 기술에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날카로운 질의도 받았다. 패배를 기획해야 할 경제적 유인이 전무하다.

더구나 이세돌의 승리 상황을 생각하면 그가 알파고의 계산에 없던 수를 두어 승패 계산이 완전히 꼬였기 때문에 알파고가 수가 없어 아무렇게나 막 두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바둑을 아는 이들은 인간이라면 조금만 바둑을 알더라도 두지 않는 수라고 했다. 알파고보다 수준이 낮은 인공지능이 수가 막힐 경우 보이는 ‘멘붕’ 패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구글이 “4국만 한 번 지자”라고 명령내렸다면 그렇게 딱 맞춰서 할 수는 없었다.  
 
즉, 저런 얘기 자체가 인간 지능의 사건 대처와 컴퓨터의 대처 사이의 함의를 숙고하지 못해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이 사건의 진정한 함의는 그 부분을 숙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음번엔 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윤형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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