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시 원유 비용 및 물류비 치솟아...'역래깅' 우려도
헤지 전략 및 통화스와프 등 리스크 감소책에도 파급력 커
국내 판매분 고환율로 인한 손실 가중...최고가격제 영향도

9일 은행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27원 선이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장중 1540원까지 치솟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데 이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도세와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가 맞물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국내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웃돌고 경상수지도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하루에만 10~20원씩 급등락을 반복하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자 리스크 관리 비용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유업계 구조적으로 고환율에 유독 취약한 업체로 꼽힌다. 원유를 달러로 들여오는 구조상 환율 상승이 원재료 도입 비용 증가로 곧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해 손실을 줄이는 '헤지(Hedge)' 전략을 적극 활용해 왔다. 미리 정한 환율로 일정 기간 달러를 거래하는 통화스와프(Swap)와, 특정 시점에 환율을 고정해 통화를 매수·매도하는 통화선도 계약이 대표적이다. 원유 역시 선물 파생상품을 통해 유가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건 원유 도입 비용 상승이 전체 원가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1,5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원가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며 "해외 수출 물량은 달러로 거래돼 환율 영향을 받지 않지만, 국내 판매분은 원화로 가격을 책정하는 구조여서 고환율 부담이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 약 5294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이 원자재 도입 비용 뿐 아닌 물류비를 끌어올려 부담을 키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원재료 투입 시차에 따른 손실, 이른바 '역래깅' 리스크도 도사리고 있다. 정유업은 원유를 먼저 수입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 해당 원가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다. 그런 만큼 고가에 사들인 원유 재고가 손실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다. 1분기에는 저가 원료 투입과 제품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긍정적인 래깅 효과를 누렸지만, 2분기 이후에는 고유가·고환율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판매 구조도 발목을 잡는다. 해외 수출분은 달러로 거래돼 환율 부담이 상쇄되지만, 국내 판매분은 원화로 가격을 책정하는 탓에 고환율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는 현재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중인 탓에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길이 막혀 있다. 이달 중 정부의 손실 보상안이 나올 예정이지만 보전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유사들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손실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정부는 실제 원가에 근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출 전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1분기 기준 정유 4사의 수출 비중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S-Oil)이 각각 75.1%, HD현대오일뱅크 72%, SK에너지 55.2%(연결조정 제외)에 달한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구조이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원유 수급 불안이 지속되면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원유 수급은 수입처 다변화나 안정 대책을 취하고 있어 87% 이상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10 몇 퍼센트 정도 부족한 상태인 건 맞으나 수출 통제로써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유승 빅데이터뉴스 기자 kys@thebig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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